질문) 저는 초등학교 6학년 OO이라고 합니다. 선생님, 저는 요즘 제 친구 때문에 머리가 복잡해요. 제 친구는 저한테 안 하는 이야기가 없거든요. 아주 조그만 일까지도 저에게 달려와서 이야기를 꼭 해 줘요. 사실 그 동안 좀 귀찮기도 했지만 그럭저럭 잘 지냈어요. 그런데 며칠 전에는 저한테 이러는 거예요. "우리는 정말 친한 친구니까 비밀이 없어야 돼. 난 너한테 얘기 안 하는 거 없거든. 너도 나한테 다 얘기해."라고 말이에요. 하지만, 선생님. 어떤 때는 친한 친구라도 말하기 싫은 게 있잖아요. 그런데 제 친구는 절대로 그러면 안 된다고 해요. 제가 얘기해 주지 않았던 것을 나중에 알게 되면 막 화를 냅니다. 선생님, 누가 맞는 건가요? 정말 친구라면 비밀을 가지면 안 되나요?
답변) 우리는 단짝 친구거든요. 그래서 뭐든지 이야기할 수 있어요. 어디든지 같이 가요.’ 이렇게 자신 있게 자랑할 수 있는 친한 친구를 가지길 바라는 사람들이 참 많지요. 그런데 OO님은 벌써 아주 가까운 친구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 우선은 참 부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정말 모든 일에는 좋은 점과 아쉬운 점이 다 있나 봅니다. 친한 친구라고 해서 모든 얘기를 하나도 빼놓지 않고 들어 줘야 하고, 내 마음에 있는 얘기까지 모두 다 해야 한다면, 어떤 때는 좀 지치고 피곤하기도 할 것 같거든요. 나를 정말 소중한 친구로 생각하나 보다.’ 싶어서 함부로 싫다는 말도 못 하고, 혼자 고민하는 OO님의 머릿속이 정말 복잡하게 여겨집니다.
친구 사이에 비밀은 없어야 돼!’가 맞는지, 친구라도 말하고 싶지 않은 게 있어.’가 맞는지 물어 보았지요? 선생님은 둘 다 맞습니다.’라고 대답하고 싶습니다.
OO님의 얼굴과 단짝 친구의 얼굴을 한번 비교해 보세요. 비슷한 곳도 있지만 다르게 생긴 곳도 많을 거예요. 마찬가지로 OO님과 친구의 성격도 그저 다른 것뿐이랍니다. 친구는 무엇이든지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를 하는 것을 편안하게 생각하고 좋아하는 반면에, OO님은 혼자 생각하고 싶을 때도 있고 어떤 일은 마음 속에 간직하는 것이 편안한 거예요.
너는 왜 나랑 똑같이 생각하지 않는 거야? 너 너무 이상하다, 얘!’와 같은 생각을 가지게 되면 다툴 일만 많아지겠지요. 서로에게 정말 좋은 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이렇게 서로의 다른 점에 대해 잘 알고, 그것을 인정해 줄 필요가 있답니다. 그러려면, 친구에게 서운한 점이 있거나 부탁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 혼자 끙끙대지 말고 꼭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서로가 뭘 생각하고 있는지, 뭘 좋아하는지, 뭘 싫어하는지를 이해하고 배려해 줄 수 있으니까요.
친구라면 말을 안 해도 알아 줘야 하는 거 아니야?’와 같이 욕심을 부릴 수 있지만, 정말 오래가는 친구라면 속상한 일이나 서운한 일들을 슬기롭게 해결해 나가면서 점점 더 친해지는 것이라는 말을 꼭 해 주고 싶습니다.
(출처 - CYBER 1388 청소년사이버상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