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안코너도 아닌데, 여깃다 글을 올려도 되는지 모르겠군요. ^^;
저는 미도빌라에 살면서 자주 섬호정을 찾는 사람입니다. 가볍게 운동을 할 수 있는 공원이 만들어지고 나서는 더 자주 섬호정을 애용하는 사람입니다.
공원이 만들어지기전에는 아이와 함께 산을 질러 도서관을 가는 정도였는데, 요즘은 아침 일찍 운동을 하러 가기도 합니다.
가끔, 머리를 식히러 온 직장 동료들을 산으로 불러 모아 섬호정을 한바퀴 삥 둘러보며 풍경을 자랑합니다.
특히, 섬진강이 늘씬한 허리를 뽐내며 평화롭게 흐르는 풍경은 왠만한 사람들을 시인으로 만들기 안성맞춤입니다.
물을 많이 마시는 저는 약수터의 물이 오염되었다는 내용을 알기 전에는 섬호정의 약수도 자주 이용했고, 식수로 사용하던 물이 떨어지면 늘 산뽀도 할겸 물을 길르러 다녔습니다.
저에게는 섬호정이란 산이 얼마나 고마운지 알 수 없습니다. 더구나 아이와 새벽을 함께하는 아침 운동시간은 섬호정 주변의 대나무숲에서 어김없이 새벽잠을 깬 꿩소리가 연달아 들려오고 운동기구 앞에서는 청설모가 나무가지를 오르내리며 유연함을 뽐내며 또 가끔 자주 듣지 못하던 독특한 새소리도 들려와서 아이와 저는 그 새의 이름을 지어주기도 한답니다.
예전의 섬호정은 음습해서 섣불리 산을 올라가기가 힘든 부분이 있었습니다만, 지금은 공원이 형성이 되어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하는 코스로 이용하기 때문에 편안한 곳이 되었습니다.
벌써 자리를 잡은 잔디는 오랜 터줏대감처럼 사람의 잦은 발길속에서도 새싹을 틔우고 있고 마을사람들이 정자를 차지하고 고기를 구워먹고 음식을 나눠 먹는 모습은 시민들이 공원을 잘 활용하고 아낀다는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아직은 잔디가 더 다져져야 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여름의 큰 비로 길아래 둔덕이 무너져 있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기도 합니다.
앞이 안보일 정도의 숲이었던 자리가 나무가 잘리고 허멀건 흙이 보이는 잔디가 듬성듬성 보일 때는 일부러 나무를 베어서 없어도 될 도로를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안타까움도 있었습니다.
제가 제안하고자 하는 것은 예전의 숲을 복원하는 차원에서 하동공원을 무궁화 동산으로 만들자는 것입니다.
본격적으로 나무를 심는 4월에 원하는 읍민들에게 무궁화 나무를 분양하는 것입니다. 무궁화는 우리나라의 국화이기도 하지만, 봄이 되어 산수유축제다,매화축제다 벚꽃축제하고 요란스럽지만 정작, 무궁화 축제를 한다는 얘기는 들어 보질 못했습니다. 왜 일본의 국화인 벚꽃은 크게 환영을 받지만 무궁화는 국화로 정해놓고도 축제하는 곳 한곳 없는 것일까요??
우리나라 어느 곳엔가 무궁화를 많이 심은 공원이나 지역이 있어서 무궁화축제를 하고 있는지도 저는 잘 알지 못합니다.
또, 진딧물이 많아서 다른 나무에 영향을 줘서 많이 심는 곳이 없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는 저는 무궁화에 대해선 문외한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우리나라 국화를 바꿀 의사가 없는 한 무궁화에 대한 자긍심을 가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거지요.
예전에 광양제철에서 잠시 일을 하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곳에는 큰 공장과 공장사이에는 공원처럼 많은 나무들이 심겨져 있습니다..
그곳을 지나면서 저는 눈을 의심했습니다. 무궁화가 군락으로 심어져 있는데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습니다.
은은하면서소박하고 은근한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무궁화꽃에 반하고 말았습니다. <무궁화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구나!>라고 느끼고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게 되었습니다.
아직 공원이 형성이 덜 된 하동공원을 테마가 있는 무궁화파크로 이미지를 바꾼다면 어린이들이 소풍을 와서 섬진강과 무궁화가 어우러진 풍경을 그릴 것이고 어른들은 자신들의 이름표가 붙어있는 나무에 애착을 가지고 이고장에 사는 자긍심을 가질 것입니다. 그리고 읍민들이 함께 하는 작은 무궁화 축제도 벌일 수 있을 것입니다.
한가지 부탁을 드리고 싶은 것은,수억원을 주고도 바꿀 수없는 새들의 보금자리인 대나무숲을 더 이상 베지 말고 섬호정에 남아 있는 동물들의 삶을 방해하지 말아야합니다. 자연과 공존하는 삶이 우리 고장의 명산을 아끼고 보존하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