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대 김병택 교수 칼럼] 기업도시 유치
김병택〈객원논설위원·경상대교수〉
-경남일보 새해 1월 25일자-
설 대목인데도 진주중앙시장을 비롯하여 재래시장은 썰렁하기 그지없다고 한다. 시장바닥에 돈이 돌지 않으니 상인들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란다. 구조적인 장기불황이라 어디인들 별수 있겠느냐만은 서부경남지역이 상대적으로 더 곤란을 겪고 있는 것 같다.
즉 경기침체가 지속되니 지역간 격차, 계층간 소득격차가 더 확대되고 있는 셈인데 이 요인은 간단하다. 진주를 비롯한 서부경남지역에는 외부에서 돈을 벌어들이는 산업 이른바 본원적인 부가가치 창출산업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특화산업 비단 사양길
서부경남지역에서 부가가치 창출에 기여해온 주 산업은 농업인데 수입개방으로 수익성이 악화되어 생산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시장에 갖다 바칠 돈이 줄어든 셈이다. 진주의 특화산업인 비단은 오래전부터 사양산업으로 전락하여 이제는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셈이고 농기계 부품산업은 농기계 공급이 포화수준에 달함에 따라 시장원리에 따라 구조조정되었다.
그나마 자동차부품 생산으로 넘어간 공장은 지역경제에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진주를 비롯한 서부경남 지역경제에는 오래전부터 빨간 신호가 나타났는데 어찌하여 지역주민들은 인식하지 못하고 이제야 한탄하고 있을까? 이는 외부에서 들어온 공돈이 지역주민의 눈을 멀게 했기 때문이다.
비단 농기계 부품 등 지역특화 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드는 시기에 엄청난 토지보상금이 쏟아졌고 수입개방에 대비한 농업구조조정 명목으로 중앙정부로부터 막대한 보조금이 지급되었다. 일시적인 영양제에 해당하는 공돈이 바닥나니 이제 와서 서부경남 지역경제의 취약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셈이다.
경제성장에 부응한 산업구조조정에 지역산업이 탄력적으로 적응해야 했지만 산업 입지조건이 불리하여 한계가 많았다. 중화학공업 위주의 산업구조 하에서는 누가 뭐래도 진주를 비롯한 서부경남지역은 공장 입지조건이 불리했다.
그러나 지식·정보산업 그리고 경박단소(輕薄短小)한 제품을 생산하는 첨단산업이 중심산업으로 자리한 산업구조에서는 서부경남이 더 이상 조건불리지역이 아니다. 더구나 진주~대전고속도로 개통으로 사정이 달라졌다. 지식·정보산업사회에서는 정보와 지식은 온라인으로 전달되고 제품은 고속도로를 통해 항만으로 실려가고 기술자와 경영인들은 비행기로 이동한다.
이런 제반 조건을 제대로 갖춘 지역이 바로 진주를 비롯한 서부경남지역임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이 본사를 비롯한 관련 공장을 사천에 집적시키기로 결정한 사실을 미루어보아 서부경남지역은 조건불리지역이 아니라는 점이 입증된 셈이다.
제반 조건을 고려하여 진주시에서는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기업도시를 유치하려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앙정부는 국가 균형발전과 투자활성화 그리고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기업도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 기업도시란 산업시설과 주거환경을 동시에 건설하는 신도시 개발이다.
지역균형개발과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추진하는 사업이므로 당연히 수도권과 대도시 주변지역은 제외되고 지역경제가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에 우선순위를 두게 될 것이다. 입지하려는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산업입지조건이 유리해야 한다.
진주시는 정촌면 일대를 기업도시 유치지역으로 제시하고 올인하고 있다. 이 지역은 구릉지대이므로 적은 비용으로 개발할 수 있으며 공항이 인접해 있고 고속도로가 사방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공업용수, 전기 등 산업기반시설이 완벽하게 갖추어진 셈이다. 또한 고급인력을 공급할 수 있는 조건이 구비되어 있고 쾌적한 주거환경에 대해서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
입지하기에 유리한 산업은 물론 첨단산업이어야 하며 광양 컨테이너항이 인접해 있으니 수출산업으로서 수송비가 많이 투입되는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타 지역이 비해 상대적으로 유리하며 공장 부지를 값싸게 제공할 수 있으니 토지이용형 산업이 적합하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기계와 지식산업이 결합된 메카토로닉스 분야 그리고 항공우주산업이 입지하기에 적합하다.
공무원 만으론 역부족
그러나 적절한 조건을 갖추고 있더라고 지역주민이 소극적이라면 유치하기 어렵다. 진주시에서는 기업도시 유치의 당위성과 타당성을 설득시키기 위해 수차에 걸쳐 공청회와 설명회를 서울과 진주에서 개최했고 서울사무소를 개소하여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공무원만으로는 역부족이므로 지역경제를 살리는 유일한 희망이 기업도시 유치라는 사실을 전 시민이 절감하고 여기에 힘을 실어 주어야 할 줄 안다.
●발췌 : 재경 국립 경상대 동문 김영식 (삼성경제연구소 sericeo 정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