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97주년 3·8 세계여성의 날을 맞이하여
1908년 미국의 여성노동자들이 참정권과 노동조합 결성의 권리를 요구하며 투쟁한 지 97년이 지났다. 그 동안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여성의 지위를 높이기 위해 투쟁해온 수많은 여성들의 헌신과 노력에 힘입어 우리 사회의 성평등은 큰 진전을 이루었다.
이번 세계여성의 날을 맞이하여 우리나라 여성들에게는 반세기만의 호주제 폐지라는 값진 선물이 주어졌으며, 성매매방지법 제정, 여성폭력 근절,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를 위한 갖가지 법제도 개선 등 성차별 철폐를 넘어 남여가 공존하는 새로운 사회의 모습을 그려나가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사회 기층 여성들에게 ‘여성’은 자랑스럽고 행복한 이름이 아니라 차별과 빈곤의 또 다른 이름이 되고 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과정에서 심화되는 사회적 양극화와 비정규직의 확산은 많은 여성의 현실을 악화시키고 있다. 여성노동자, 여성농민, 기층 여성의 삶은 자본의 무한한 이윤추구 욕망에 희생양이 되고 있다.
여성가구주가 증가하고 있지만 동시에 여성가구주의 빈곤은 남성에 비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빈곤층으로 전락한 여성들의 생계위기는 증폭되고 있지만 소득보장, 양육, 주거, 자녀교육 등 사회적 지원은 미비한 수준이다. 비정규직은 이미 여성화되어 전체 여성노동자의 70% 이상이 비정규직인데도 정부의 비정규직 법안, 특히 파견법 적용대상 확대는 또 한번 여성의 차별을 겨냥하고 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위해 투쟁해온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여성과 남성의 임금격차는 더욱 커지고 여성노동의 저임금화는 심화되고 있다.
또한 저출산 현상에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범정부 차원에서 이른바 ‘출산장려정책’을 추진한다고 하지만 여성의 일과 양육의 이중부담을 해소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보육의 공공성을 강화한다지만 정작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정책의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사회 재생산에 대한 책임을 여전히 개별 여성에게 전가하고 노동시장 내 여성의 낮은 지위를 유지하면서 몇 가지 금전적 혜택으로 출산을 유인하겠다는 발상은 어떤 성과도 거둘 수 없을뿐더러 그 자체로 반여성적인 정책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민주노동당은 2005년 세계여성의 날을 맞이하여 올 한해 다음의 과제에 주력하여, 고통 받는 기층 여성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것을 선언한다.
○ 정부의 비정규직 관련 노동법 개악을 저지하고 비정규직권리보장법을 반드시 쟁취할 것이다.
경찰청고용직, 한원CC 여성노동자 등 비정규직 차별 철폐와 여성의 일할 권리를 요구하며 목숨을 건 투쟁을 전개하는 여성노동자들과 연대를 강화하고 여성 비정규직을 사각지대에 방치해 두고 있는 산전후휴가 등 모성보호 관련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또한 최저임금법 개정을 통해 여성노동자의 적정 임금을 보장하고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투쟁할 것이다.
○ 여성의 빈곤화를 방지하고 빈곤 여성에 대한 사회적 지원을 강화할 것이다.
안정적인 여성 일자리 창출과 소득 보장, 노동시장내 차별 개선 등 여성의 빈곤화를 방지할 수 있는 종합적인 대책을 모색하고 저소득층 여성가장(한부모가족) 등 빈곤 여성을 위한 사회적 지원체계를 개선, 확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 누구나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공보육 실현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민간시설중심 보육에서 공보육 체계로, 보육의 새로운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여 누구에게나 평등하고 질 높은 보육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전국적 보육조례제정운동을 통해 보육예산 우선 확충, 보육주체의 참여와 협력을 통한 보육의 질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 목적별 신분등록제 실현을 시작으로 다양한 가족 형태에 따른 차별을 해소할 것이다.
호주제 폐지 이후 대안으로 목적별 신분등록제 실현을 위한 법개정을 추진하고, 재혼가족, 입양가족, 비혼가구, 동성애가족, 장애인 자립생활공동체 등 다양한 가족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해소하고 소위 정상가족만을 대상으로 하는 여러 가족관련 법제도 개선과 사회적 소수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 여성노인, 장애여성, 이주여성 등 소외 여성의 권리 보장을 위한 정책 개발에 힘 쓸 것이다.
고령화 사회를 대비하는 노인정책, 장애인 차별 개선과 복지정책, 각종 노동·교육·복지·보건의료 정책에서 여성노인, 장애여성, 이주여성 등 소외 여성의 권리 보장을 위한 과제를 제시하고 우선적인 실현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 여성농민 생존권 보호와 지위 향상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산전후 농가도우미 90일 확대, 여성농민의 공동농업경영주 지위 인정 등 여성농민의 모성보호와 권리 보장, 지위 향상을 위한 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 지역여성정치활동 활성화, 여성의 정치세력화를 위한 일대 도약을 준비할 것이다.
지역 생활정치의 주체로서 여성의 정치적 참여를 확대하고 아래로부터 지역사회를 바꾸는 여성의 정치활동을 강화하여 2006년 지방선거에서 일하는 여성이 만드는 새로운 지방정치의 전형을 만들기 위해 전 당 조직이 함께 노력할 것이다.
○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과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해방 60주년을 맞이한 올해 기필코 일본군 ‘위안부’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 대일외교정책을 촉구하고 역사기념관 건립 운동에 동참하여 일본군 ‘위안부’할머니들의 명예회복에 앞장설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올 한해 기층 여성, 투쟁하는 여성노동자, 여성농민, 모든 사회적 소수자와의 연대를 강화하고 나아가 남성과 여성 모두가 나서서 내년에는 더 나은, ‘여성’의 이름이 더 많은 행복과 더 많은 희망의 이름이 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씩씩한 언니들의 정당으로서 부끄럽지 않은 한 해를 살아갈 것을 약속한다.
2005.3.7. 민주노동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