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이 진 벗나무는 붉은 꽃 바침만 남겨진 모습으로 지난날의 영화를 보여주는 듯했다.
진주를 지나 하동에 접어들대부터 그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다
섬진강 맑은 물..금빛 모래밭 눈부신 4월의 한낮 나는 섬진강가의 신작로를 달리고있었다
집앞 벗나무가 활짝핀 꽃을 보여주며 가지 말라고 나를 잡는 듯했지만 미리 정해진 약속이라 떠나왔지만 저리도 금빛 은빛의 고은 모랫사장을 본지가 오래되었다
내고향 여주에도 금모래 은모래 유원지가 있어 여름한철 도시의 사람들이 내려와 한여름 무더위를 식히고 떠난 적이 있었다
지금은 충주땜으로 모래는 사라지고 자갈만이 이끼낀 모습으로 그 추한모습을 보여주어 사람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고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섬진강은 그 이름보다 더 갚진 물결과 눈부신 모래밭을 만들어놓고 지나가는 길손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재첩국을 먹어보진 못했지만 아마도 그럴거라고 생각하며 길가 빼곡히 들어찬 음식점을 지나칠때 마다 맛이 어떨까? 입에 침이고였다
모두 원조였고 본가였지만 스치고 지나는 바람과 꽃이진 벗나무에 대한 환상으로 머물지 못하고 차를 몰았다
노래로만듣던 화개 장터도 들리고 최참판댁(박경리작 토지의 무대)도 들리며 우리가 만나고싶어했던 쌍게사 부처님 을 보고싶어 가는 길이니 마음이 조급했었다
"최참판댁을가려면 어디로 가야하지요..?"
지나가는 할머니 두분에게 차를 세우고 창문을열며 물었을때 두 할머니는 서로 경쟁하듯 아주자세히 그길을 일러주었다
관광지가 다 된듯 관광버스가 에닐곱대 와 있었고 주차장은 만원이라 어찌어찌 찿아 겨우 차를 세웠다
사진 속에 길상이가(연속극속에 어린) 웃으며 길안내를 하고 있었다
토지를 읽어본지가 오래되어 그내용이 가물대어 요즘 어느방송국에서 하는 새로운 토지를 보며 한번 가보고싶던 섬진강 가의 최참판댁이였기에 도달하고 안내대로 다가가서 그 무대를 배경으로 한 사진속에 배우들 처럼 사진을 찍었다
물레방아곁에서도 판술아재네 집앞에서도 조금씩 그옛날의 초가집을 바라보며 내어릴적 우리집이 떠올라와 문득 스치는 추억속에 한참을 서있었다
아주옛날 의 내기억속에 고향집은 이 판술아재네 집 처럼 작고 보잘것없었다
어머니는 방바닥에 붉은 흙을 개어 깔고 방바닥을 펴발랏다
조금 마른듯하면 사금파리 의 맨들거리는 부분으로 그방바닥의 진흑부위를 문질러 골고루 반들거리게 만들어 놓고선 그위에 돋자리같은 것을 깔거나 짚을 이어묶어놓고 푹신한 바닥을 깔고있었고 어떤집에는 멍석을깔고 살기도 했었다
그으름이 진한 섞까래가 있는 부엌 의 부뚜막위에 무쇠솟이 걸려있고나뭇간에는 아버지가 힘들게 해온 큰집덩이만한 나뭇짐이 쌓여있었다
행랑채는 장가간 형님이 사셨고 사랑채는 아버지와 미 장가였던 형들이 일꾼들과 새끼를 꼬며 동네 형들이 모여들어 한가히 가마니를 짜는 곳이였다
한겨울 쌀을 빻아 쌓아놓은 사랑방 윗방에 등잔불로 불놀이를 하다 가마니에 불이 붙어 그 비싼 쌀을 송두리채 태웠을때 놀라 달려온 어머니는 나를 앞치마로 감쌓안고 내가 놀랬음이 더 안스러워 안고 달래어 주며 속주머니에서 알사탕을 꺼내 주었었다
사랑채가 다 탈뻔 했다는 꾸중에도 나는 철없이 울기만 하고 어머니 치마폭에숨어 눈치만 보았었다
그러한 고향에 집들을 고스란히 지어놓고 도랑물을 막아 물레방아도돌아가게한 그 곳에서 다정한 사람냄새를 느꼈다
울타리도 없는 작은 초가집에서 고개를 내밀고 "누구엄마 저녘먹으러와요... " 소리가 들리는 듯한 착각속에 공연히 웃음이 흘러나왔다
대나무 숲이 바람불때마다 설그럭거리는 소리가 흘러나와 목민심서를 작성한 정약용의 일대기를 읽으며 느기던 그 느낌을 가슴속에 재웠다
정약용이 강진으로 귀양가서 대나무로 울타리를 만들고 조금 윗쪽에 초의선사가 만들어온 녹차를 마시며 담소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대나무는 바람에 흔들려도 꺽이지않음에.... "어디서 읽은 구절이 생각나며 우리집 뒷동산에도 저리 대나무가 가득 차 바람불때 마다 그 잎이 부비며 내는 사랑의 소리를 듣고싶어젔지만 우리동네는 날씨 가 차서 대나무가 자라지 않을거라 생각이 미쳐 그만 그 바램을 놓았다
최참판댁 마당에서 내려다본 앞 벌판은 경지정리가 반듯하게 되어 봄채비를 하고있엇고 그 곁을 흐르는 섬진강의 물줄기가 흐르고 흘러가는 모습을 보며 강물이 흘러가지 않고 흘러 들어오는 집 터였다면 아마도 쇄락하지 않았을거라는 나름대로의 풍수를 기억햇다
"참 좋다...."
그시절 그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이리도 섬세하게 만들어놓고 있는 평사리 사람들은 아마도 토지라는 연속극때문에 고단(?)한 일과를 보내야 될것이라 생각하며 웃었다
관광객들과 소풍온어린 학생들의 뛰며 떠드는 시끄러운 소음때문에 평사리 최참판댁에서의 향수는 접어두었다
화개장터곁에있는 고향 재첩국집에 둘러 재첩국을 시켰다
"아주머니 왜 재첩국값을 1000원올렸어요..?"
오천원자리에 글자를 바꿔 육천원이라 써놓은 걸 보고 농담처럼 물었다
"수입이 아니라 섬진강 재첩은 양이 작아서 값 을 않올리 수 없어요.."
뽀얀 국물위에 파란 부추극 썰어 얹어 훌훌마심에 구수한 입맛을 돗구어 주는 그맛을 따라 다시 오고싶을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집마당만한 화개장터는 마침 재선거 지역이라 스피커에서 울리는 선거공약의 소리로 한동안 시끄러워 잠시 근처 녹차 공장엘들러 올해 수확한 우전 녹차를 한통 삿다
십리 벗꽃길이라는 쌍계사 길을 오르며 내년봄엔 꼭 다시 오리라 다짐했다
벗꽃이 만개 했다면 얼마나 대단 했을까...? 맑은 계곡물과 바람소리와 벌들이 윙윙대는 날갯짖 소리가 어울려 아름다운 선경에 빠진듯 보였을것이다
맑은 계곡이 쌍으로 흐르는 쌍계사는 대웅전 수리중이라 부처님을 만나진 못했어도 만물이 다 부처란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대운전앞 대웅전앞석탑을 한바퀴 돌며 소원을 빌고 돌아오는 길에 내년에 단청이끝난 새로운 대웅전속에 만나는 부처님은 더 눈부실거래 애써 마음을 달래고 돌아내려오며 주차장곁에 머리하얀 할머니에게 땅콩엿 한 봉지를 삿다
청학동을 들려오르고오르는 꼭대기에 지어지는 수많은 건물에 놀라고 오염되어가는 청학동에 실망을 한번더 하며 중사리 까지 가서 눈앞에 지리산 천왕봉을 올려다보고는 긴 여행을 접었다
다시가보고싶은 하동의 벗꽃길을 달려 섬진강의 맑은 물소리와 황금빛 모랫사장을 바라만봐도 행복했던 추억을 내년에도 한번더 느끼고 싶어 그 소박하고 다정한 이름의 하동 포구에서 재첩국한그릇 사먹고 화개 장터에 대장간 그 쇳풀무소리를 듣고싶다
하동.......참 소박하고 다정한 이름처럼 지나가며 바라만봐도 좋은 정이가는 고장이였다
내내 발전하는 하동군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