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탱이' 같았던 지리산 반달곰 방사
2005.8.24 한겨레
'주민 마찰’ 연구없이 서둘러 풀어놔
먹이만 추정 “5,734~9,532마리 서식가능”
연 300만명 몰리는 등반객 대책도 설렁.
지리산에 풀어놓았던 북한산 반달가슴곰이 최근 올무에 걸려 희생된 사고를 계기로 반달곰 복원사업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어린 곰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한편에서는 땀의 결실을 지키려다 졸지에 범법자가 된 농민을 동정하는 여론도 높다.
“지리산에 간 아이가 곰과 맞부딪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끼친다”며 불안해하는 목소리에 섞여 “농민 피해를 외면하고 웅담장사를 하려느냐”고 정부를 비아냥대며 복원 중단을 요구하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공단 창단기념일 비전’ 행사에 맞춰 곰 방사
하지만 곰과 연 300만명씩 몰려드는 등반객 및 지리산 안팎의 주민 과의 마찰, 그것에 대한 대책 등 인간의 적응에 초점을 맞춘 작업은 복원사업 착수 이전에도 이후에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관련된 실질적 조처라고는 대물 최고 5,000만원, 대인 최고 1억원의 반달곰 피해배상 보험가입 정도다.
그렇다고 곰에 초점이 제대로 맞춰진 것도 아니었다. 지리산에는 3차례에 걸쳐 18마리의 곰이 풀려나갔고 그 가운데 12마리가 지금도 산 속을 돌아다니고 있다. 하지만 지리산 반달곰을 주제로 이뤄져, 그 동안의 사업추진에 참고가 됐을 만한 변변한 연구라고는 국립공원관리공단의 ‘먹이량 추정 연구(2002년)’가 전부다.
그나마 결과는 지리산에 있는 도토리 등 먹을 것을 곰이 독차지하는 ‘황당한’ 상황을 전제로 5,734~9,532마리의 반달곰이 살 수 있다는 등의 추정치를 제시한 것에 불과했다. 심지어 복원사업을 자문할 자문위원회 구성마저 지난해 7월에야 뒤늦게 이뤄졌다.
이장오 국립공원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이와 관련해 “어떻든 반달곰이 돌아다니기만 하면 된다는 식이었다”며 “그렇게 밀어붙이니까 생태보다는 홍보를 앞세운다는 의심을 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국립공원공단은 북한산 반달곰의 방사를 지난달 1일 공단 비전 출범식에 맞춰 강행했다. 또한 국립공원공단 보고서를 보면 반달곰 관련 소식은 2001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만 무려 437건이 언론을 탔고 90% 이상 긍정적으로 보도됐다.
국립공원공단 반달가슴곰 관리팀이 발족한 지 3년이 지났지만 크게 달라진 것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복원사업은 국내 최초의 시도인 만큼 모두가 논문의 소재감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곰 관리팀에서 내놓은 것은 불충분한 자료에 근거한 보고서 정도가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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