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포구
하동 사람들은
섬진강에게 '넘치다'라는 말을
가르치지 않았나 보다
아직도 자라고 있는 아름 소나무는 하늘을 찔러
푸른 하늘의 심장이 포구마다 넘치고
섬진강에 꽉 찬 맑은 물은
지리산이나 구례쯤으로 올라도 좋고
남강이나 사천만으로 가도 좋다는 듯이
넘쳐도 넘치는 기색이 없이
강바닥 재첩 알맹이처럼 유유하다
물 위를 걷는 기러기도,
연신 맑은 공기 훔쳐대는 숭어떼도
하동포구에서는 느린 걸음이다
바람에 떨어진 솔방울도 한가로워
모래바닥에 멱 감으며 굴러다닌다
하동 사람들은
'넘치다'는 한계를 도무지 전해 듣지 못해
길거리마다 사람마다
환한 얼굴에 미소가 넘치는데
그러나 넘치지 못하는 것은
가고 가는 세월뿐이더라
*10월15일 하동을 다녀왔는데 좋은 풍경 잘 관리해주셔서 고맙다는 인사를 짧은 詩로 대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