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신문에 보도된 내용을 아래와 같이 실어 봅니다.
가을의 정취를 맘껏 즐기시고 하동 소개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가을 섬진강---
쪽빛에 젖은 가을 섬진강 하늘도 강물도 나도
하늘이 점점 비취빛으로 변해가는 요즘 강과 산이 만나는 산골에 가면 가을의 상큼한 기운을 잔뜩 안아볼 수 있다. 도심의 가을이야 잿빛 하늘이 걷히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하지만 높고 신령스런 산봉우리들 사이로 펼쳐지고 솜덩이 같은 구름을 흘려보내는 가을의 쪽빛 창공은 눈과 마음의 때를 말끔히 씻어주기에 넉넉하다.
섬진강과 지리산, 광양 백운산이 그려내는 산봉우리들과 강줄기의 가을은 그런 해맑은 기운을 거침없이 사람의 몸과 마음속으로 불어넣어 주는 것 같다. 지난 여름 잦은 비로 불은 물줄기가 힘이 넘쳐 보이고 강가 들녘에 무르익어 고개숙인 벼이삭들의 누런 색깔, 강줄기의 검푸른 빛깔, 거기에 안개빛 영봉들이 늘어서 드리워주는 산그림자, 그런 자연의 도타움과 영험스런 기운속에 들어
있는 나-자연의 장엄한 아름다움과 인간의 자연성의 일치를 확인해볼 수 있는 장면이라고 하겠다.
지리산과 광양 백운산의 골짜기들, 예컨데 달궁, 피아골, 화개골, 다압골, 동동골 등은 한국의 산마을 골짜기들 가운데 산세와 그것에 맞닿는 강줄기의 기운이 가장 우람한 곳이다. 따라서 그곳의 자연에서는 나는 것도 풍성하다. 이른 봄부터 매화와 산수유가 피어나기 시작해서 6월부터 열매(매실)을 내기 시작하더니 요즘엔 산수유가 익어가고 산과 들에 널린 산감들이 까치와 산까치들의, 잔칫감이 되어주고 있다.
이 가운데 화개골하면 ‘화개장터’와 쌍계사가 떠오른다. ‘전라도와 경상도 사람
들이 모여사는’ 화개장터는 요즘 ‘지역화합’의 새로운 상징물로 남도대교라는
커다란 다리를 거느리게 되었다. 남도대교는 지난 7월 29일 개통되었는데, 이 다리 자체가 섬진강 명물 풍치가 되어 여행객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다리 양쪽 찻길엔 포장마차와 여행기념품을 파는 노점상들이 즐비하게 자리를 잡았고, 화개장터를 비롯한 주변 음식점들의 차림새도 훨씬 다양해졌다.
다리 아래 강물위론 전에 없던 레프팅 보트가 지나다니고 고기잡이배들도 모터보트로 바뀌어 강물을 휘젓고 다니고 있다. 그래서 화개골 부근 섬진강 풍치의 명물인 화개줄나루는 이제 줄이 헐어 끊길 운명에 처했고, 50~60년대 섬진강의 낭만이었던 ‘하동포구 70리’와 그 물길을 오르내리던 황포돗대 따위는 추억 저편으로 사라질수 밖에 없게 되었다. 즉 남도대교가 놓임으로써 이제 섬진강여행은 철저하게 자동차 드라이브 여정만으로 이뤄지게 되었다. 그리고 5일장으로 산마을 사람들의 삶을 달래주던 화개장도 이제 상설시장으로 바뀌어 차(茶)와 황토염색 등 전에 없던 21세기 상품을 내놓고 있다. 다만 자동차의 속도처럼 지역감정도 빨리 사라질 수 있다면 ‘지역화합’의 상징 남도대교는 ‘지역 공동번영’의 상징이 될 수 있을텐데….
구례하동/글·사진 최성민 기자 smchoi@hani.co.kr
(가는 길) 서울(경부고속도로)-천안(6.6km 지난 지점)-천안논산고속도로-전주-남원-구례-화개장터(남도대교). 서울-대전-대전진주고속도로-진주-하동-화개장터. 서울에서 화개장터까지 약 5시간 걸린다. 화개장터에서 윗쪽으로 가면 명소인 쌍계사와 칠불암이 나온다. 숙식은 화개골, 구례, 하동 등지가 좋다. 화개장터에서 하동쪽으로 2km 지점 섬진강가에 있는 미리내호텔은 썩 운치가 좋은 강변숙소이다. 남도대교는 화개장터 정면 화개줄나루 옆자리에 놓여있다. 남도대교가 놓임으로써 화개장터가 상설시장 기능을 갖게 되었고 화개골이 관광여행지로 한층 각광을 받게 되었다. 따라서 7~8년전만해도 여관이 하나도 없었던 화개골에는 현재 10여개의 모텔과 황토방들이 들어섰고 식당과 녹차를 파는 다실들이 수없이 자리잡고 있다.
* 남도대교*
전라-경상 잇는 상징
남도대교는 구례군 간전면 운천리와 경남 하동군 화개면 탑리 사이 섬진강을 가로지르는 총연장 358.8m, 폭 13.5m 왕복 2차선으로 지난 7월 29일 개통됐다.
전라남도와 경상남도를 잇는 ‘지역화합’의 상징물로 세워진 이 남도대교는 모두 217억원이 투입되었다. 닐슨 아치교 형태의 이 다리는 한강의 서강대교에 이어 두번째다. 양쪽 난간 아치를 빨간색과 파랑색으로 칠해 강물에 비치면 태극문양이 나타나도록 했고, 교각사이 3개 경간을 산 능선처럼 만들어 지리산과 광양 백운산이 이어지는 산세를 형상화했다. 또 다리 한가운데 폭을 넓혀 10평의 공간을 조성, 전망대나 만남의 장소 등 휴식공간으로 활용토록 했다.
남도대교가 놓이기 전에는 간전면 주민들이 화개장터에 가려면 화개 줄나루를 타거나 차로 하동쪽 섬진대교를 건너 16㎞를 돌아가야 했다. 그런데 이 다리가 화개줄나루 자리에 바짝 붙어 놓임으로써 그동안 폐쇄와 재개를 거듭했던 섬진강 풍치의 명물 화개줄나루는 영원히 사라지게 되었다. 또 전남도와 경남도가 경비를 분담했지만 화개장터와 화개골 유입교통 편의만을 위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성민 기자 smcho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