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신뢰의 위기가 문제다.
국민연금 제도가 실시된 지 15년, 전국민에게 확대실시 된지도 4년쨰를 맞고 있다. 올해들어 국민연금의 기금규모가 100조를 넘어서게 되었고, 국민연금 수급자 100만명 기대도 눈앞에 펼쳐졌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노후소득보장을 위한 가장 중요한 제도로서의 국민연금제도는 단순히 햇수로만 보자면 성년을 향해 치닫고 있지만, 그 내면을 보면 아직도 불안한 유치기를 맞고 있는 느낌이다. 아직 연금수급자가 본격적인 시점을 넘지도 않은 시점에서 제도의 근본적인 변화를 꾀하는 논의가 무성한 것이 그 증거이다. 또한 3층연금제 또는 기초연금제의 도입 논의에서부터 연금보험료율 및 그급여율의 상당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까지 저마다 각기 주장에 주장을 거듭하는 형국이 결국 현재의 연금체계에 대한 성숙도를 의심케 하는 증거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미성숙의 근본적인 배경에는 따지고 보면 결국 연금재정의 고갈이라는 제도의 파국에 대한 불안감이 자리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아니 정확히 보면 "연금기금의 고갈=연금제도의 붕괴"로 연결짓는 단순한 발상이 도사리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모두가 알만한 대표적인 노동자 닽체에서 간부급 교육시간을 통해 국민연금에서 탈퇴할 수 있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하는 물음에 1명을 제외하고 모두 탈퇴하겠다는 응답이 정확히 국민들의 정서를 대변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이는 신뢰의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기금의 고갈"이 아니라 "신뢰의 고갈", "제도의 붕괴"가 아니라 "신뢰의 붕괴"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위기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선 정부의 책임을 제일 먼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민연금기금은 1998년 국민연금법이 개정되어 기금운용위원회의 위원장이 보건복지부 장관이 되고 공공자금으로 편입이 불가능하게 될 때까지 10년간 공공자금관리기본법에 의거하여 연기금 중 일부를 재경부 장관의 결정에 따라 공공자금으로 차용할 수 있게 되었고 이에 대한 이자율 역시 민간수익율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결정되었다. 이것이 국민연금기금 운용에 대한 전국민적인 불신을 가져온 가장 결정적인 원인이며, 아직도 가시지 않은 신뢰의 위기가 초래된 가장 주요한 동인이라고 보아야 한다. 여기에 정부내의 경제부처들이 간헐적으로 연금기금의 주식투자 확대 가능성을 언론에 흘리며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연금기금이 활용되는 듯한 인상을 풍기기에 충분한 발언들을 행한것도 국민들로부터의 신뢰회복을 불가능하게 만든 요인이 되었다.
연금제도에 대한 신뢰의 위기를 초래한 두 번째 당사자는 민간보험사라 할 수 있다.
90년대 중반부터 일기 시작한 민간보험회사의 연금상품 러시는 공적 연금제도에 대한 국민의 불신의 골을 파면서 그 위에 수익보험상품의 입지를 만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에 국민연금의 재정고갈은 이들에게 좋은 공략요소였고 연금제도는 무방비 상태로 만신창이가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민간보험회사가 연금상품의 보험료를 받아 우무리 이를 적절히 운용한다고 해도 자신들의 영업이익과 비용을 제할 수 밖에 없음은 물론이다.
따라서 자신의 일생동안의 보험료 납입액과 이에 대한 평균수익을 합한 총원금에 비해 평균 1.7배를 연금급여로 주게 설계되어 있는 국민연금을 과연 어떤 민간보험상품과 비교하겠는가? 그렇지만 정부와 공단의 홍보 부족 속에 실체는 가려진 채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을 원군 삼아 민간보험회사의 입지는 지속적으로 늘어만 갔다.
신뢰의 위기를 초래한 세 번째 당사자는 언론이다. 언론은 연금제도의 취지나 내용에 대한 정확한 이해없이, 특히나 99년도부터 개정 국민연금법에 따라 적어도 기본적인 투명성과 참여민주주의에 입각한 기금의 운용이 달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전의 시각에 따라 관성적인 기사를 써 내려가기 바빴다. 이로 인한 대중의 오해와 불신은 더욱 커졌으니 99년도 모일간지에서 내보낸 "생선가시" 그림이 그 압권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연금기금이 부당한 운용으로 파산되기 일보직전이라는 이미지의 생선가시 그림은 사실을 왜곡, 과장한 것이 분며하여 결국 언론중재위원회에서 정정보도를 지시하게 되었다고 해도 국민의 뇌리 속에 박힌 연금 불신의이미지 효과는 정정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국민연금제도는 언제까지 신뢰의 위기만을 한탄할 수 없다. 사회보장의 핵이자 사회안전망의 근간인 연금제도야말로 가입자들의 충분한 이해와 관심, 보살핌 속에서 성숙한 제도로 안착되어져야 한다.
그 일에는 국민연금제도의 실제적인 운영책임자인 공단의 역할이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공단은 가입자에 대한 서비스기관으로서 그 면모를 일실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시회보험 관련 공단들이 부과ㆍ징수기관으로서의 이미지만 부각되어있는 것은 매우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자신의 노후 설계와 관련해서 국민연금제도가 어떤 이바지를 하는 지를 상세히 알려주고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무엇보다도 현재의 국민연금제도에 대한 국민 인식의 왜곡을 적극적으로 해소해야 한다. 아울러 공단이 국민의 노후를 보장하기 위해 기금운용에 있어 얼마나 투명하며 엄정하게 관리하는지 "청지기"로서 본분을 다하는 모습도 보여 주어야 한다. 결국 국민연금관리공단이 국민의 노후를 보장하는 최후의 보루라는 신뢰가 쌓여 나갈 때 국민연금제도에 대한 신뢰의 위기도 그 해결의 실마리를 찿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