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연금개혁 더 이상 늦춰선 안된다(2003. 12. 20. 대한매일 14면)
오는 2070년까지 연금 재정을 안정시키고 차세대의 지나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마련된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의 심의 지연으로 계속 표류하고 있다고 한다.급여수준은 현행 60%에서 50%로 낮추고 보험료율은 9%에서 15.9%로 올리는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개편해야 하는 만큼 내년 총선을 의식해야 하는 국회의원들로서도 욕 먹는 정책에 발을 담그고 싶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시간을 끌수록 해법도 더욱 꼬인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국회가 오는 23일 속개하는 법안심사소위에서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처리하지 않으면 올해 중 처리는 사실상 물건너 가는 것으로 봐야 한다.그렇게 되면 급여수급률과 보험료율 조정은 법에 따라 5년 후에나 가능하다.지금보다 국민연금 수급자가 3배 이상 늘게 될 2008년에는 급여수급률은 더 떨어지고 보험료율은 더 오르는 등 조정이 훨씬 어려워지게 된다.노동계나 재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반드시 처리돼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물론 국민들로서는 불과 15년 전 ‘국민연금에만 가입하면 노후생활을 보장하겠다.’고 했던 정부가 연금 재정이 거덜나게 됐다며 더 내고 덜 받으라고 하니 분통이 터질 노릇이다.그러나 국민연금 제도를 포기하지 않는 한 이 방법밖에 없다.우리 세대의 실속만 고집하면 다음 세대는 우리 세대가 앞당겨 쓴 빚을 갚기 위해 임금의 30% 이상을 국민연금으로 내야 하기 때문이다.
국회가 정부안 처리에 정치적으로 부담이 된다면 재정 추계를 2070년에서 2060년으로 줄일 경우 보험료율을 15.9%에서 12.8%로 줄일 수 있다.대안 마련도 가능한 만큼 ‘폭탄 돌리기’식 국민연금 개혁 지연을 더 이상 계속해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