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우리 건강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는 계절이기도 하다. 봄을 맞으면 찾아오는 것들이 춘곤증과 만성피로, 각종 알레르기 질환들이다.
◆ 춘곤증 = 춘곤증(春困症)은 피로를 특징으로 하는 신체의 일시적인 환경 부적응 현상으로 보통 1~3주가 지나면 없어진다. 그래서 춘곤증을 정상적인 생체리듬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춘곤증은 병이 아니다. 하지만 간염, 결핵 등 증상이 비슷한 다른 중요한 질병의 초기 신호를 춘곤증으로 잘못 알고 지나쳐버릴 수 있기 때문에 춘곤증이 너무 오래 지속된다 싶으면 의사를 찾는 것이 좋다.
춘곤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피로감, 졸음 외에도 식욕부진, 소화불량, 현기증 등이다. 또 가슴이 뛰고 얼굴이 화끈화끈 달아오르는 등 갱년기 증상와 비슷한 신체 변화를 경험하는 사람들도 있다.
춘곤증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겨울동안 움츠렸던 사람의 몸이 봄에 적증하는 과정에서 중추신경 등에 미치는 자극의 변화로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봄이 되면 밤이 짧아지고 피부의 온도가 올라가며, 근육이 이완되면서 나른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또 봄에는 활동량이 늘면서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 등 각종 영양소의 필요량이 증가하는데, 겨울에 이를 충분히 보충하지 못해 생기는 영양 불균형이 춘곤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본다.
춘곤증을 이기려면 가벼운 운동, 적절한 영양섭취가 중요하다. 특히 비타민B₁, C가 많은 음식이 권장된다.
◆ 만성피로 = 춘곤증과 만성피로는 다르다. 만성피로는 계절에 관계없이 올 수 있지만, 봄에는 계절 변화와 맞물려 찾아올 수 있다. 피로는 이제 몸이 쉬어야 할 때가 됐다든가, 몸에 뭔가 이상이 있으니 잘 살펴봐야 한다는 경고증상이다. 피로를 무시하고 계속 신체에 무리를 가하면 병이 발생하거나,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피로가 1개월 미만이면 급성피로, 그 이상 지속될 때를 만성피로라고 정의한다. 생리적인 피로는 대개 급성피로, 나머지 원인들은 만성피로를 일으킬 수 있다.
평소에 하지 않던 심한 운동을 한 경우, 갑자기 일의 양이 많아지거나, 갑자기 일상생활 패턴이 바뀐 경우, 해외여행을 하면서 시차 적응을 못한 경우 등이 생리적 피로를 유발할 수 있다.
특별한 병이 없어도 만성적으로 피로를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병원에서 이런저런 검사를 받아도 아무 이상이 없고, 정신질환도 없다. 이런 사람들은 ‘나는 피곤한데 병이 없다니 무슨 말이냐’며 불안해하고, 마음 한 구석에는 큰 병이 있을 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을 갖는다. 대개 이들은 사회적 심리적 스트레스가 심하며, 이것이 만성피로의 원인이 된다. 직장인들의 만성피로는 이 경우가 많다.
잘못 알려져 있는 속설 중의 하나가 ‘간이 나쁘기 때문에 피로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간에 문제가 있어서 피곤한 경우는 생각보다 흔치 않다. 가벼운 지방간이나 B형간염 보균자는 이 때문에 피로해지지는 않는다.
◆비염= 감기와 유사한 증상을 보인다. 갑작스런 재채기, 콧물, 코막힘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데 열은 없다. 또 여기에 동반되어 눈이 가렵거나 충혈돼 눈물이 나게 되며 천식이 있는 사람인 경우 호흡곤란 증세도 나타난다.
대부분 체질적으로 민감한 코를 가진 사람들에게 많으며, 보통 봄만 되면 어김없이 재발하는 경향을 보인다. 식욕이 떨어지거나 구역질이 나고 밤에 잘 때 코를 심하고 골게 되고, 말할 때는 비음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봄철 알레르기성 비염의 주된 원인은 꽃가루로 알려져 있다. 꽃가루 중에서도 자작나무, 오리나무, 삼나무 등이 대표적이다. 이밖에 먼지, 곰팡이, 향수, 담배연기, 애완동물의 털 등이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알레르기 증상은 갑자기 온도나 습도, 기압이 변할 때 심해진다. 특히 환절기로 인해 낮과 밤의 기온차가 크고 황사바람 등의 영향으로 먼지가 많아지면서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연령별로는 대개 5세 이하의 어린이에게 처음 나타나고 10세 미만에는 남자가 많으나 10∼20세 사이에선 여자가 많다.
치료는 알레르기 원인물질을 피하고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증세가 심해 병원에서의 치료가 불가피한 경우엔 환경개선과 함께 약물요법을 쓴다. 서울 도곡동 하나이비인후과의원 이상덕 부원장은 “졸립지 않은 항히스타민제와 코에 뿌리는 국소용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면 증상이 호전된다”며 “식염수를 코에 분무하는 민간요법도 일시적으로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결막염= 역시 황사와 꽃가루가 주된 원인으로 특히 4∼5월경에 많이 발생한다. 눈이 간지럽고 눈에 이물질이 들어간 것처럼 몹시 거북하게 되며 눈물을 자주 흘리고 흰자위도 붉게 충혈된다. 눈곱이 많이 끼며 눈에 심한 통증이 오고, 때로는 눈두덩이가 퉁퉁 부어오르기도 한다.
유사한 증상이 많이 있고, 질환별로 치료방법도 다르므로 접촉성 감염에 의한 결막염과 구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바이러스나 세균 감염에 의한 결막염과 달리 알레르기성은 각종 분진, 집먼지진드기, 꽃가루, 애완동물의 털 등 과민반응을 일으키는 물질이 각·결막을 자극, 염증을 일으킨다.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체질을 바꾸는 면역요법이 가장 이상적인 치료법이지만 시간이 많이 걸릴 뿐만 아니라 정확한 알레르기 원인물질을 규명하기도 쉽지 않은 게 문제다.
때문에 치료시 집먼지진드기 등 알레르기 원인물질을 피하는 회피요법과 함께 증상을 가라앉히는 데 도움을 주는 약물요법을 일반적으로 많이 쓴다. 심한 경우엔 스테로이드제가 도움이 되나 장기간 사용할 경우 녹내장이나 다른 감염병이 생길 수도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해 사용해야 한다.
서울 신사동 윤호병원 안과 박영순 박사는 “알레르기성 막결막염 증세를 느끼면 우선 차가운 찜질로 가려움증을 달랜 뒤 전문의를 찾아 상담하는 것이 좋다”며 “눈꺼풀을 비비거나 소독을 한다며 눈을 진한 소금물에 담가선 안된다”고 당부했다.
◆천식= 여러가지 알레르기 원인물질이 기도(氣道)를 자극, 기침이 갑자기 심해지며 호흡이 곤란해지는 병이다. 어린 아이에게 잘 발생한다. 일단 발작이 일어나면 바로 누워서 숨쉬기가 곤란하며 밤새 칭얼대므로 부모가 꼬박 밤을 세워야 한다. 처음에는 마른기침만 나오지만 점차 가래 끓는 기침을 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원인이 확실하지 않은 만성 기침이나 재발성 기침, 호흡곤란, 색색거리는 숨소리 등을 보이는 경우에는 천식을 의심하고 전문의와 상담, 증상이 악화되지 않도록 치료 및 예방을 해야 한다.
비염과 마찬가지로 봄철엔 꽃가루, 먼지, 곰팡이, 향수, 담배연기, 애완동물의 털, 갑작스런 온도나 습도의 변화, 황사 등에 의해 증상이 악화되기 쉽다. 또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는 일도 중요하다. 감기가 유행하면서 천식 증상이 급속히 심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치료는 알레르기 유발물질을 빨리 찾아내 피하는 것이 최선이다. 가래가 심할 때는 물을 많이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된다.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알레르기센터 이상일 교수는 “대기 오염 물질이 낮게 깔리는 새벽엔 바깥출입을 삼가고 증상이 발생하면 심한 정도에 따라 국소 및 전신 약물을 투여해야 한다”며 “천식을 원래 앓고 있던 환자들은 호흡곤란이 나타날 경우를 대비, 늘 기관지확장제를 준비해 가지고 다녀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사의 주요 구성물질은 실리콘과 알루미늄, 칼륨, 칼슘 등이고 미세 분진 부유물들이 포함돼 있는데 이런 물질들은 대기 중에서 화학반응에 의해 질소산화물(NO)황산화물(SO) 등을 생성한다.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은 흡연자들의 만성 기관지염을 악화시키고, 면역기능이 약하고 폐활량이 작은 노인과 영아에게는 호흡기 감염질환을 일으키기도 하며 천식환자나 폐질환 환자 등의 질환을 악화시킨다.
울산의대 대전 선병원 라동집(羅東集.40.호흡기내과) 과장은 "건조한 날씨와 황사 등 각종 먼지는 코와 기관지 점막을 자극해 바이러스가 쉽게 침투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 진다"며 "감기나 천식 등 호흡기질환을 유발한다"고 경고하면서 그 예방법은
▲황사가 심할 때는 외출을 자제하는 게 최선이다.
▲귀가 후에는 반드시 손발을 깨끗이 씻고 양치질을 한다.
▲평소보다 물을 많이 마시고 실내의 습도를 적당히 유지한다.
▲집안청소를 자주 하는 등 생활주변에 방치된 먼지나 토사를 제거한다.
▲장독대 뚜껑이나 창문은 닫아두고, 집 주변에 식물을 가꾸는 것이 좋다.
▲외출할 때는 마스크를 쓰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