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은 발전이라는 논리의 모순과 지역 운동의 대안 찾기.
-섬진강변 4차선 반대 운동 경험의 교훈
하동-화개 19호선 국도 확 포장 반대운동은 지난 말 이 도로의 4차선 확 포장 계획이 발표되면서 하동성당과 지역 민주청년회가 공동으로 대응하자는 모임 ‘섬진강과 지리산 사람들’(공동대표 최훈 하동성당 주임신부, 최석봉 민주청년회장)이라는 시민사회단체를 만들며 시작 되었다.
우리는 이 단체를 만들면서 생명, 자치를 내세웠고 단순한 반대를 넘어 새로운 시민 대안 세력을 지역에 뿌리내리겠다는 의지도 함께 다졌다. 농촌지역에서 행정당국이 지역발전을 내건 개발 사업이 결국 난개발로 이어지는 현실과 주민들 정서상 정부사업을 반대한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이기나 매번 행정당국의 설득에 굴복하기 일쑤여서 진정한 자치, 올바른 지역 정체성에 대한 물음을 스스로 해보는 계기로 삼고자 했다.
거의 대부분의 시민운동이 시작해서 하는 여론 확산을 위한 서명운동을 하면서 우리 나름대로 당국에 대응하는 논리개발을 위해 전국도의 4차선 정책과 섬진강 지리산의 가치를 공부하면서 ‘자연이 이제는 더 이상 개발의 대상물이 아니라는 것’과 ‘획일적인 개발 정책이 지역의 발전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을 확인히게 되었다.
우리가 섬진강 꽃길 보존을 외치고 있을 무렵 도법, 수경, 이원규 시인의 생명평화탁발단이 하동으로 왔고 탁발단은 우리의 현안을 이야기 듣고 탁발단은 지리산권의 문제로 19호선 국도문제를 풀자는 제안을 했고, 지난 4월 6일 탁발단이 지자체가 실시하고 있는 지리산권통합문화권 개발문제를 가지고 강동석 건교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19호선 확포장도 거론 되었고 건교부 장관의 전면 재검토지시가 내려졌다.
하지만 건교부의 전면재검토지시는 문제의 불씨가 증폭되는 현상으로 나타나 지자체인 하동군과 확포장 시행청인 부산지방국도관리청은 친환경노선으로 개발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일부 지역민들의 여론을 등에 업고 사업을 추진하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건교부 수뇌부가 “모든 도로가 빨리 달릴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는데도 하위관청은 개발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결국 지방자치 단체의 예산확보 정책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막대한 예산이 배정되는 도로건설이 가져다주는 이익이 지역의 정체성이나 지역민들의 생존권보다는 더 중요하다는 개발 논리가 공무원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을 수 없다.
지역주민들도 이제는 개발이 지역발전이라는 논리에서 벗어나 반대를 위한 주민대책위를 꾸리는 등 자기소리를 내고 있고 일부 보상권 주민 중심으로 추진위도 구성되는 등 국도 19호선 확 포장을 둘러싼 지역민들간 논쟁이 시작되었고, 행정당국에서는 대안의 안을 가지고 주민 설명회를 5월중 가진다고 밝혀 19호선 하동구간 확 포장은 자칫 주민 갈등으로 치달을 우려를 낳고 있다. 그러나 이런 과정을 통해 주민들은 자신들의 자치역량을 키울 것이고 개발=발전이라는 논리도 지양할 것으로 생각되어진다.
19호선 하동구간 도로 확 포장 반대 운동을 통해 우리는 주민들이 개발에 대한 선택안목이 의외로 높다는 것을 확인했고 동시에 지역운동이 명분 싸움과 함께 주민들의 생계나 삶의 문제도 함께 끌어안아야 하는 대안으로 가야한다는 숙제도 안게 되었다.
서명운동에서 지역민들은 반대를 위한 서명에 참석을 하면서도 대다수가 확정 된 계획인데 막을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 결정 된 것을 뭐 시끄럽게 하냐는 반문도 했지만 결국 섬진강과 지리산이라는 상징성이 주민들에게 다시 한번 생각을 하게하는 역할을 했고 적극적으로 주민들과 만나고 공사의 부당성을 설명하면 수긍을 하는 분위기였다. 그 과정은 힘들고 지치는 것이었으나 우리사회도 이제는 일방적인 개발 정책이 더 이상 이뤄지면 안 된다는 당위성, 환경파괴에 대한 우려가 서서히 주민들 의식 속에 자리를 잡는 과정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건교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우리나라에서 환경운동의 상징성을 가진 도법 스님이 강연을 한 것도 이제 우리사회가 변화의 조짐이 확산되는 과정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날 강연의 내용이 보도된 신문을 보면 도법 스님은“환경위기감은 계층, 이념을 넘어서는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고 했다.
막연한 개발의 향수가 당장의 금전적인 이득을 가져올지 모르지만 생태계나 인간생존 조건으로 자연을 인식하는 새로운 가치관이 정말 필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낙후 된 지방일수록 개발향수를 심게 털어버리지 못하는 현실을 감안 할 때 정책 입안자나 자치단체장을 대상으로 하는 지속적인 환경특강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또 어머니 산 지리산과 우리나라에서 가장 깨끗하다는 섬진강 권을 중심으로 하는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도록 자연, 인간 삶의 조건이 충분히 고려 된 청사진을 관, 민 협동 협의체가 시범적으로 찾아보는 노력을 통해 대안개발 모델을 세워봤으면 한다.
섬진강을 낀 하동 지역 국도 19호선 확장 공사를 계기로 개발은 발전이라는 행정 관료의 생각과 이제는 지역성을 감안한 개발이 필요하다는 환경단체와 주민들의 생각이 충분한 협의과정을 통해 시각차를 좁혔으면 g한다. 그리고 행정의 일방적인 밀어부치기식 공사가 강행 된다면 아마도 우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길 하나를 마음속에 지우게 될 것이고 행정당국은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으며 주민들의 거센 저항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