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개혁방안- 투명한 조세로 소득파악율을 높인다.
글쓴이 : 이용교(복지평론가, 광주대학교 교수)
최근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의 불만은 여러 가지이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은 보험료의 책정과 부과에 대한 불만이다.
국민연금에 별로 가입하고 싶지도 않았는데, 보험료를 내라하고, 조금 밀렸다고 해서 체납처분 운운하는 것에 대한 분노이다. 주변에 있는 부자들, 특히 자영업을 하는 알부자들은 보험료를 별로 많이 내지 않는 것같은데, 왜 나만 더 내야 하는가에 대한 불만이기도 한다.
국민연금에 대한 불만을 한꺼풀 벗겨보면 이는 국민연금관리공단에 대한 불만이기 보다는 국가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다. 만약 가입자의 소득파악율을 높이면, 국민연금에 대한 불만을 상당히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연금의 보험료는 월평균소득 22만원에서 360만원까지 45등급으로 구분되어 부과된다(최근 정부는 그 기준을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따라서, 소득이 많은 사람은 보험료를 많이 내고, 적은 사람은 적게 낸다. 국민연금은 많이 낸 사람이 보험급여를 더 많이 타기 때문에 보험료를 많이 내는 사람이 손해볼 것은 없다. 이점에서 소득이 많은 사람은 보험료를 많이 내지만, 병원에서 똑같은 급여를 받는 건강보험과 크게 다르다.
국민연금의 보험료를 많이 내면 보험급여를 많이 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보험료를 많이 내기를 꺼려한다. 특히, 소득이 쉽게 파악되는 봉급생활자보다는 소득파악이 쉽지 않는 자영인의 경우에는 소득을 적게 신고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가능성 때문에 연금관리공단과 가입자간에는 보험료의 책정과 부과에서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그런데, 현재 국민연금은 보험료를 많이 낸 사람의 돈을 보험료를 적게 낸 사람에게 주는 것이라기 보다는 나이 든 세대를 위하여 젊은 세대가 더 부담하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굳이 소득보다 보험료를 적게 낼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영인들이 보험료를 적게 신고하는 경향이 있다면, 소득파악율을 높이는 것이 바른 길이다. 자영인의 소득파악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세청과 지방자치단체가 각종 세금과 관련된 자료를 보다 투명하게 관리해야 한다. 현재의 세금체계로는 요구르트를 배달하는 아주머니가 동네가게 주인보다 세금을 많이 낼 수 있다.
요구르트 아주머니는 매월 부가가치세를 꼬박꼬박 내지만, 동네가게 주인은 부가가치세를 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게주인은 과세특례자로 지정되어 소액의 세금만 내는 조세제도 때문인데, 우리 사회가 보다 투명한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작은 가게라도 수입과 지출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점차 세금에 대한 각종 특례를 폐지해야 한다.
모든 성인들은 일을 하여 소득을 번다(일부 실직자를 제외하고). 더러는 임금소득으로 더러는 사업소득으로 돈을 버는데, 그 내용을 국세청과 지방자치단체가 좀더 투명하게 파악한다면, 국민연금 보험료뿐만 아니라 건강보험 보험료의 문제도 보다 확실히 해결할 수 있다. 따라서, 조세의 정의는 투명한 사회로 가기 위한 첫걸음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연금관리공단은 소득파악율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보험료를 무리하게 부과할 것이 아니라, 가입자의 처지와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 가입자가 보험료를 적게 내면 보험급여를 적게 받는다는 것을 알려주고, 가입자가 마음으로부터 보험료를 내도록 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국민은 관리대상이 아니라 국가의 주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