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일보 7/22일자 기사입니다.
또 하나의 명물이 하동에 태어나...
반갑다! 황쏘가리
최창민의 카메라속 세상이야기
금린옥척(錦鱗玉尺)이라 함은 말 그대로 비늘이 비단처럼 번쩍이는 옥 같은 큰 물고기를 말한다. 다시 말하면 싱싱하고 아름다운 큰 물고기를 이르는 말이다. 그러면 토종 담수어 중에 이런 물고기가 있을까. 대강 생각하면 바다와 민물을 오가는 숭어나 연어 잉어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순도 99퍼센트의 황금빛을 가진 큰 물고기는 한강 상류와 금강 섬진강 등 1급수에 극히 제한적으로 서식하고 있는 황쏘가리 뿐이다. 범상치 않은 자태와 화려함, 그 희귀성 때문에 1976년 천연기념물 190호로 지정 보호하고 있다.
사라진 물고기의 추억
지리산 삼신봉 발원 청암천에 은어가 사라진 것은 새마을 운동이 시작되면서부터, 식량증산의 목표로 통일벼가 들어오고 이에 맞는 안정적인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시멘트를 이용한 대대적인 수로(보) 개량사업이 이뤄졌다. 당시 여건에서 ‘어도’ 라는 개념은 없었고 단지 물 한 방울이라도 논으로 끌어오기에만 신경을 쓴 셈이었다. 결국 수 십 개가 넘는 크고 작은 콘크리트 보는 어도를 막는 결과를 초래해 이들의 길고도 긴 여정인 회귀본능을 차단해 버렸다.
이후 바다와 민물을 오가면서 생존해야 하는 물고기인 은어 장어 참게 등은 더 이상 청암천에서 찾아볼 수가 없게 되었다.
환경에 대한 시각이 새롭게 바뀌면서 최근에는 각 자치단체의 토종 물고기의 방류사업이 봇물 터지듯 하고 있다. 하동군에서도 은어 복원과 재현을 위해 2000년 방류사업을 실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물을 끌어오기 위해 설치한 보는 그대로 두고 근본적인 어도의 신설 없이 기존 댐에다 치어를 방류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 예가 은어 방류 사업이었으며 예상은 했지만 은어 생존율은 채 3년을 넘지 못했다. 이는 회귀·산란·부화등 지속 가능한 영속성을 제공하지 못한 당연한 대가라고 할 수 있다.
2002년 6월 진주환경운동실천연합(회장 이경률)은 산청군 김진규(청어수산 대표)씨가 양식에 성공한 쏘가리 황쏘가리 치어를 하동군 하동호에 대량 방류했다. 김씨는 진양호와 하동호 등 내수면 어종 연구에 평생을 전력한 민물고기 연구가이다. 진양호에 배스 등 외래어종 확산 기미를 차단하기 위해 먹이사슬 상층부에 있는 배스의 천적 쏘가리를 방류했으며 2차 방류도 계획하고 있다. 그는 2002년 황쏘가리 양식에 성공해 이의 이중교배로 관상용 금쏘가리까지 개발하는 성과를 얻기도 했다. 당시 양식장에서 촬영한 금·은쏘가리는 본지에 소개돼 토종민물고기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키는 계기를 마련했으며 현재는 관상용으로까지 보급하고 있다. 당시 김씨는 “하동호와 그 상류에 쏘가리와 황쏘가리의 서식 환경이 최 적지”라며 치어 방류사업성공을 확신하기도 했다.
얼마전 하동호 상류에서 황쏘가리와 쏘가리 성어가 발견됐다는 소식이다. 서둘러 찾아간 하동호 청암천, 말 그대로 푸른 바위와 깊은 골이 조화를 이룬 절경, 바위 한쪽 끝에 서서 내려다 본 청류는 명경지수, 어른거리는 물밑 자갈과 모래는 정결(淨潔), 오고 가는 사람의 연유를 묻지않고 고단한 삶 만큼 쌓인 애를 말끔히 씻어주며 팍팍하게 산가슴 보듬어주는 여전히 아름다운 풍광이다. 거기에 쏘가리 한무리가 있었으며 황금빛을 가진 쏘가리도 있었다. 방류한지 2년 2개월만에 성어가 돼 산란하기 위해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라고 한다. 찾아온 사람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보호에 합심해야
이로써 하동호에는 전에 없던 가족이 하나 더 생긴 셈이다. 걱정인 것은 회귀성 물고기가 아닌 황쏘가리가 먹이사슬 꼭대기를 점하며 영속적으로 살아남을 가능성에 대해서다. 은어 방류의 경험을 생각하면 절실한 것은 사람들의 사랑이다. 은어의 멸종을 부추겼던 보나 수로를 없애지는 못할지라도 어렵게 이뤄진 일인만큼 쏘가리보호는 당연하다. 부화를 위해 조용한 조건을 갖춰 줘야하고 산란철의 남획도 막아야 한다. 장마가 끝나고 휴가철이 시작돼 자연발생유원지인 이곳에 들이닥칠 피서객도 있다. 보기에 따라서는 작고 보잘것 없는 일이지만 여러 마음이 있었던 소중한 결과다. 지역민의 마음가짐 또한 남달라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최창민 기자 <cchang@gnnews.co.kr>
등록시간 2004-07-22 21: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