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나무 이고 싶어라
== 성윤자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좁은
바위틈에서
새 봄이 왔다고
삐죽삐죽 올라 온 나무이고 싶어라
여름에는
잎을
최다한
넓게 피워
그 바위의
뜨거움을 식혀주고
쉼 없는 나그네 길 가는
사람들도 쉬어 가는 나무이고 싶어라
그 사람들
거기에 앉아서
세상의 고단함을
속 시원히 이야기하여도
다 들어 주고 향기가 되어 주는 나무이고 싶어라.
부지런한
새들이
지지지
노래를 하고
가지마다 집을 짓고
거기서 뿌린 배설물도
상관치 않으며 묵묵히 서 있는 나무이고 싶어라
몸에 묻은
배설물이
비, 바람이 씻기던
태양이 말려주든
그냥 그렇게 목욕 하고 서있는 나무이고 싶어라.
그리움도,
외로움도,
고단함도
그 어느 것도
상관치 않고
하늘만 바라보고
그늘만 되어 주는 나도 그런 나무이고 싶어라
고향을 사랑하는 어느 만학(晩學)이 부산에서 드리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