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이경해 열사 추모, 쌀개방 반대 식량주권 수호 100만 대회에 즈음하여-
먼 이국 땅 칸쿤에서 심장에 비수를 꽂아 WTO의 야만성을 폭로하고 전 세계 민중의 단결을 실현했던 이경해 농민열사의 외침이 아직도 귓가에 쟁쟁한 오늘, 이경해 열사의 정신을 계승하고 쌀개방 저지, 식량주권을 수호하기 위한 농민대회가 전국 100개 시·군에서 100만여명이 집결한가운데 개최된다.
우리나라는 식량자급률 26.9%(쌀 제외시 5%)의 세계 최하위 그룹의 식량 수입국이다.
세계는 이미 식량부족의 시대로 접어들었고, 각국은 농업보호를 위한 자구책을 더욱 강화해나가고 있다. 선진국일수록 식량자급률이 높아지고 있음이 이를 잘 반영한다.
하지만 미국과 WTO의 압력에 굴복한 노무현 정부만은 속도계조차 보이지 않는 농업포기의 가속페달을 계속 밟고 있다.
우리는 10년간의 관세화유예 기간이 끝나는 올해의 쌀 재협상에서 개방 대세론의 낡은 깃발을 거머쥐고 단 하나 남은 쌀마저 전면개방의 수순을 밟고 있는 정부의 협상태도를 심중히 우려한다.
수매제 폐지, 대세론 유포, 농지규제 완화, 비밀협상으로 진행되는 쌀협상 등 일련의 상황은 농민의 요구는 물론 세계적 추세마저 역행하는 것으로써, 이러한 정부의 태도에 농민들의 분노와 국민의 불신은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다.
쌀과 식량은 민족의 자주권을 지키고, 국민의 안정된 삶과 건강을 담보하는 나라의 정치·경제·문화적 자산이다. 또 식량의 자급과 안보에 대한 확고한 의지는 국가를 유지하는 버팀목이자 국민의 자존심이다.
단언하건데, WTO의 모든 행위는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전 세계 민중들을 착취하고 불평등을 심화시킬 뿐이다. 이미 세계는 죽음과 착취의 WTO 분쇄를 결의하는 민중들의 거센 흐름으로 꿈틀대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쌀과 식량주권을 지키기 위해 떨쳐나선 농민들의 분노를 가슴에 새겨 국회에 진출한 모든 의원들과 최고지도부가 10일과 11일 농민들과 함께 투쟁하는 것을 계기로 농업을 회생시키기 위한 활동에 더욱 매진할 것이다. 아울러 전국 각지의 당원들의 하나된 결의를 모아 농민들과 함께 공동의 행동을 전개할 것이다.
진정한 국익은 개방이 아니라 '식량자급'이다.
쌀을 지키고 식량주권을 수호하기 위한 각계각층 국민들의 마음도 하나로 모아지고 있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개방농정의 잘못된 바퀴를 돌려세우고, 쌀 재협상에서 국민들의 한결같은 쌀개방 반대 요구를 깊이 새겨 식량자급의 길로 가야 할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오늘의 농민대회가 농민들의 단결된 힘을 모으고 농업을 지키는 성과적인 대회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WTO의 경제침탈에 항거하는 국민, 국민의 생존의 권리인 식량주권을 지키기 위한 농민의 투쟁은 정당하다.
따라서 경찰당국이 농민들의 분노를 자극하는 일체의 행위를 하지 말 것을 엄중히 요구한다. 또한 농민탄압의 그 어떠한 시도도 민중들의 분노를 촉발시킬 뿐임을 미리 알려두는 바이다.
민주노동당은 앞으로 '식량자급률 목표치 법제화'를 비롯한 식량주권 수호를 위한 모든 활동을 책임 있게 전개할 것이다. 또, 노동자 농민 민중들과 함께 투쟁하는 믿음직한 동반자로 가장 선두에서 힘차게 싸워나갈 것임을 엄숙히 선언한다.
2004년 9월 10일
일하는 사람들의 희망 민주노동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