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하동경찰서 여성청소년 계장 김평길 경감 입니다.
지난 토요일(2015. 5. 2)과 오늘(2015. 5. 4) 사이 있었던 일로, 제 스토리의 글을 그대로 옮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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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고사리를 캐러 간 치매 증상이 있는 할머니가 실종됐다.
밤이 깊어지자 비까지 내린다.
토요일..
칠흑같이 어두운 험준한 산속을 장대비를 맞으며 밤샘 수색을 했다.
일요일도 비가 멈추지 않고 내린다.
계속 비를 뿌리는 하늘이 원망 스럽다.
할머니는 분명 산속에 있는데, 밤새 비를 맞았을 텐데, 그리고 또 하루 종일 비를 맞고
계실텐데..
빗줄기와 우거진 숲과 험준한 산세가 우리의 수색을 더 힘들게 한다.
그리고 또 하루밤을 할머니를 산속에 남겨 두었다.
오늘 월요일..
비가 그치고 햇살도 좋다.
더 깊숙이..더 놓이..더 세밀하게..내 부모를 찾는 심정으로..
마을 뒷산 정상까지 숲을 헤치며 수색하기로 하고 숲이 우거진 산 속을 뒤진다.
그리고 얼마 후 우방산 7부 능선에서 할머니 발견..
할머니는 탈진 상태지만 살아계셨다.
꼬박 2박 3일을 산속에서 비를 맞고, 기력이 다 해도 생명의 끈을 놓지 않고 버텨 주셨다.
할머니 살아 계셔서 감사합니다. 버텨 주셔서 고맙습니다.
구급헬기를 불러 병원 후송까지 마치고 수색에 함께한 마을 주민에게 감사의 경례를 했다.
마을주민은 우리 경찰에 감사의 박수를 보내주신다.
지난 2박 3일의 피로가 다 날아 간다.
할머니의 아들이 두 눈에 눈물을 한껏 흘리며 내 손을 꼭 잡고
"감사합니다. 이 은혜 죽어서도 잊지 않겠습니다" 라고 하신다.
그 순간 나도 눈시울이 뜨겁고, 목이 메어 온다.
이 맛에 경찰한다.
수색에 함께한 하동 옥종 두양마을 이장님과 주민들..옥종면 공무원분들..방범대원분들..119대원분들..우리 경찰 기동대와 전경대원들..육군 5대대 군인아저씨들..
모두에게 감사하고 부족한 나의 지휘를 잘 따라 주신데 대해 다시 한 번 깊은 감사를 드린다.
할머니--
이제 산에 가시지 마세요.
그리고 오래 오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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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시간 밤 9시..
할머니는 빠르게 회복을 하고 계신다네요..
제가 하동경찰서로 발령을 받아 온 지 이제 만 3개월이 넘었습니다.
그 사이 하동군 공무원들을 업무적으로 접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물론 그 중 적극적이며, 헌신적이고, 오직 가슴에 군민만을 품고 군민을 위해 일하는
공무원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저의 하동군 공무원들에 대한 전반적인 느낌은 안타까움 그 자체 였습니다.
그런데 두 분을 통해 하동군 공무원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송원주 옥종면장님, 황 선 옥종면 지원계장님..
지금껏 실종자 수색을 위해 각 마을에 나가 현장 활동을 했지만 두 분 같이 주민들 속에서 주민들과 어우러져 주민들과 마음을 같이 나누는 공무원은 보지를 못했습니다.
그토록 주민들에게 헌신적인 공무원은 보지 못했습니다.
두 분으로 인해 하동군공무원들을 다시 볼 수 있는 계기를 가졌습니다.
두 분으로 인해 국민을 가장 먼저 생각하며 공직 생활을 해 왔다고 스스로 자부하는 제가 저 자신을 다시 한 번 더 돌아보고, 다시 한 번 더 각오를 다지는 계기를 가졌습니다.
두 분이 자랑스럽고 존경스럽습니다.
산속에 갖힌 할머니를 찾는 일에 가장 큰 공로자는 어쩌면 두 분 일 것이라고 감히 말씀 드립니다.
그러기에 상황이 종료되고 저는 감히 우리 경찰을 대표하여 면장님과 마을 주민들에게 거수 경례를 올렸습니다.
송원주 면장님, 황 선 지원계장님
두 분께서 보여주신 지난 이틀간의 모습..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