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린다.
봄비다.
언제 다녀갔는지 우편함에는 마지막 교재가 들어있다.
새로 오신 집배원님과는 아직 인사도 드리지 못했는데...
평사리 주소가 이곳 입석으로 날 찾아오기까지 여러분의 수고를 생각하니 참으로 고맙고 미안하고 내가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꼴난 자존심 때문에 이리저리 떠도는 인상을 주기 싫어서 교재 신청을 한 본부에 주소변경을 하지 않고 집배원님에게만 부탁을 드렸었는데, 근무지 이동으로-새로 맡게되실 분에게 인계하는 수고로움을 끼치게 된것이다.
새 집배원님은 혹시나 주소의 착오로 번거롭지는 않으셨는지...
무심하게 살았던 나의 이기를 깨어준것은 우연히 보게 된 신문기사였는데, 집배원님들의 과중한 업무로 사망하신 분도 있었다는 기사였다.
얼마나 놀랍고 민망스러웠던지 나의 이기심을 못내 후회하며 자책했었다.
그처럼 바쁘고 힘든 상황에서도 이영호집배원님은 늘 웃고 계셨다. 평사리로 수없이 날아온 이사택배로 얼마나 힘드셨을까!
한옥 체험관에서 평사리로, 평사리에서 광불사로, 광불사에서 다시 평사리로, 그리고 또 평사리에서 이곳 입석으로, 참으로 여러번 바뀐 나의 주소지를 따라 한결같은 성실함으로 배달해주시던 그분의 수고로움을 생각하니 참으로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2년이 넘도록 대하면서도 농담 한말씀 없이 진솔하고 깍뜻하셨던 그분의 깔끔한 매너가 참으로 유쾌한 만남이었었는데, 어느날 우연히 길에서 마주치게 된 그분은 벌써 다른 구역으로 떠나 계셨다. 내게 아무런 인사도 없이.
어느날, 가슴에 달려있는 ‘팀장’이라는 마크를 보며 얼마나 나는 기뻐했었던가!
나의 축하에 겸손해 하시던 그분의 표정이 참 보기 좋았었는데, 이제 그 모습은 볼 수가 없고 나의 공부도 끝이어서 교재의 번거로움도 끝이났다.
그동안 수고해주신 하동 우체국 이영호 집배원님께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그처럼 한결같은 성실함으로 친절하게 대해 주신 그 분의 인품을 존경하며 새로 오신 집배원님의 수고에도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