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안녕하세요. 저는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을 둔 엄마입니다. 얼마 전 너무나 놀라운 일이 있었습니다. 아이 방을 청소하다가 찢어진 종이 조각들을 보았는데, 거기에 '죽고 싶다'는 말이 적혀 있더군요. 깜짝 놀라서 아이의 일기장을 찾아 봤는데, 더 심각한 얘기가 있었어요. '사는 게 힘들다. 바보 같고 못생긴 내가 싫다.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않을까?' 정말이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아이가 가끔 짜증을 부리기에 사춘기인가 보다 했어요. 사실 성적도 그리 좋지는 않아요. 반에서 중간 정도 하지요. 그래도 열심히 하라고만 했지 심하게 야단을 치지도 않았어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아이 눈치만 보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 답변) 우연히 아들의 속마음이 적힌 쪽지를 발견하고 얼마나 놀라셨을까요. 아는 척하자니 괜히 더 안 좋은 결과를 낳을까 봐 걱정이 되고, 모르는 척하자니 가슴이 답답하고……. 어쩔 줄 몰라 혼란스럽기만 한 어머님의 마음이 잘 이해되었습니다. 사춘기 때 갖게 되는 특징은 높은 감수성과 충동성, 자기 중심성을 들 수 있어요. 이러한 성격적 특징 때문에, 정신적으로 버티기 힘들 만큼 큰 스트레스를 만나게 되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자살 충동도 느낄 수도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자살을 하는 아이들의 환경을 살펴보면, 자신의 고민을 가정이나 학교, 그 어느 곳에서도 표현할 수 없었고, 해결책을 찾는 데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아이들은 자살을 현실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로 여기게 되지요. 하지만, 다행히 지금은 어머님이 아들의 고민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으니 좋지 않은 결과는 충분히 막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어머님이 생각하시기에 ‘우리 아들은 집에서나 학교에서도 별 문제가 없는데, 도대체 왜 이러는 거지?’라고 의아한 마음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들이 느끼는 생활 속에서의 어려움과 스트레스가 분명히 있기 때문에 죽음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을 겁니다. 지금은 ‘네가 쓴 유서를 봤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니? 죽는다니……. 그게 엄마 앞에서 할 소리냐?’라고 다그쳐서는 오히려 일을 그르치기 쉽습니다. 그보다는 ‘요즘 학교 생활은 어떠니? 뭐 힘든 건 없니? 엄마가 뭐 도와 줄 게 있을까? 네가 요새 기운이 없어 보여서 엄마가 좀 걱정이 됐거든.’ 등의 식으로 따뜻한 관심을 보이시는 것이 가장 급선무일 것 같습니다. 아이의 고민과 스트레스를 시원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창구를 많이 만드는 것이 제일 중요한 일이니까요.
어머님이 이번에 유서를 발견해 놀라고 힘들어 한 만큼, 아이가 이 때까지 느껴 왔던 마음의 고통은 매우 컸을 겁니다. 아버님과도 의논을 해서 가족 안에서 아이가 마음을 터놓고 도움을 청할 수 있는 환경을 하루빨리 만들어 주시기를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