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초등학교 4학년에 다니는 여자 아이의 어머니입니다. 아이가 지난 달에 학원에서 본 시험의 성적표를 가지고 왔는데, 너무 형편없었어요. 초등학교에 들어와 지금까지 받았던 성적 중에서 가장 나쁜 점수였지요. 너무나 속이 상해서 지금까지 안 들던 매를 들었어요.
처음에는 몇 대만 때릴 생각이었는데, 아이가 자꾸만 이것저것 핑계를 대는 통에 더 많이 때리게 되었어요. 나중에는 성적이라는 게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닌데 너무 심했었나 하는 마음이 들었을 정도였으니까요.
아이를 매로 다스린다는 것이 옳지 않음은 알지만 막상 성적이 어처구니없이 떨어진 걸 눈으로 확인하니까, 나도 어쩔 수 없이 매를 들게 되었어요.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 답변) 부모님들께서 자녀에게 어떤 일을 가르쳐 주려고 할 때 어떤 방법을, 그리고 어느 정도의 강도를 선택할 지에 대한 고민은 정말 어려운 문제 중 하나로 생각됩니다. 이 세상의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아이가 올바른 길을 걷게 하기 위해 가장 가까운 지름길과 효과적인 방법을 찾고자 하는 부모님의 마음은 사실 어떤 방법을 택하든지 당연히 가치 있는 행동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 때 무엇보다도, 부모님의 마음을 아이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상담실에서 만나게 되는 많은 아이들의 경우, 부모님의 마음을 오해하고 있었습니다. 또 적지 않는 부모님들 역시, 아이들의 마음을 오해해서 점점 더 관계가 악화되는 상황이 종종 벌어지게 되었거든요.
고민을 상담해 오신 부모님의 경우, 자녀에게 가장 바람직한 교육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몇 가지 참고했으면 하는 점을 짚어보겠습니다.
첫째, 자녀를 대하는 부모의 행동에는 일관성이 있어야 합니다. 한결같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아이의 행동은 똑같았는데 부모의 기분이 좋을 때는 그냥 넘어가고, 그렇지 않을 때에는 잔소리를 한다면 문제가 됩니다. 아이는 자신의 행동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혼란을 겪게 마련이니까요.
둘째, 부모는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역할 모델입니다. 부모의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면을 관찰하면서, 아이는 부모의 좋은 면을 따라 하게 됩니다.
셋째, 아이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이나 행동을 하는 것은 효과적인 방법이 아닙니다. 어떤 부모님들은 ‘이런 말을 하면 좀 정신을 차리겠지. 마음은 좀 아프겠지만, 미워서 그러겠어?’라는 생각으로 일부러 가시 돋친 말씀을 하지요. 그렇지만, 아이들은 밑바닥에 깔린 따뜻한 부모님의 마음을 느끼지 못한 채 귀에 들리고 눈에 보이는 날카로운 가시에 다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넷째, 교육 방법 중 벌을 주기 위해서는 때와 장소, 강도나 빈도가 적절해야 한다고 합니다. 나쁜 행동에 대한 벌은 즉각 이루어져야 하며, 왜 이러한 벌을 받아야만 하는지 논리적 타당성을 아이에게 인식시켜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즉, 아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왜 아이가 그 벌을 받아야 하는지를 명확히 일러 주어야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단순히 ‘어떻게 해!’라는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야단친 후에 충분히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부모님의 따뜻한 마음을 전달할 수 있다면 최상의 교육이 이루어지리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