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안녕하세요? 저는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아들을 둔 어머니입니다. 제가 편지를 드리는 이유는 다름 아니라 제 아들아이가 너무 경쟁적이라 걱정이 되어서 이렇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입니다. 아들 아이는 머리속에 항상 친구에게 지면 안되고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생각으로 꽉 차 있다고 말합니다.
어려서부터 지고는 못사는 성격이 있었는데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면서 점점 더 경쟁적이 되었습니다. 어느날은 얼굴이 너무 어둡고 불안해 보여서 대화를 했더니 이번 시험에서 친구에게 평점 2점 차이로 졌다고 말하며 울먹이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진 것을 생각만 해도 참을 수 없고 지난번 시험 공부때에는 너무 신경을 많이 써서 스트레스성 두통과 위장병에 시달리기도 했다는 것입니다. 시험이 아닐때는 친구들과 부담없이 잘 지내기도 하지만, 시험때나 공적으로 어떤 결과가 나타날 때는 경쟁심으로 친구들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져요.
우선 친구들을 경계하며 어떻게 해서든지 이겨야 겠다는 생각 때문에 그런지 집에서 짜증을 많이 내요. 아들은 항상 누군가의 인정을 받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삶이 너무 피곤하고 지겹다고 합니다. 자신이 뭔가 실패했다고 느끼면 아이가 너무 불안해하고 절망하여 어떻게 도와야 될지 모르겠어요. 친구에게 지고 들어오는 날이면 자신의 머리를 스스로 때리기까지 하며 사람들이 자신의 무능함을 다 알아보고 아무도 자신을 좋아 하지 않을 것 것이라고 소리를 지릅니다.
저는 여자도 아닌 남자 아이가 이렇게 까지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을 보면 제 자신이 아이를 잘 못 키웠나 하는 자책감도 듭니다. 저는 아들아이가 예민하게 친구들과 경쟁하며 불안해 하지 않고 남자아이답게 대범하고 편안하게 지냈으면 하고 바랍니다. 그래서 경쟁에서 오는 지나친 긴장감과 불안에서 해방되었으면 좋겠어요. 엄마로서 제가 어떻게 하면 될까요? 좋은 방법이 있으면 좀 알려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 답변) 친구들을 항상 이겨야만 하다는 생각으로 자신을 채찍질하며 살아 온 아드님의 삶이 참 고되고 피곤했겠다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친구에 대한 경쟁심으로 시험때만 되면 스트레스성 두통과 위장병으로 고생을 하니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어려서부터 승부욕이 강하여 남들에게 뒤지지 않기 위해 아둥바둥 살지만, 살다보면 항상 우리가 원하는 것만 얻을 수 없고 때로는 실패의 경험을 하게 되는데 그때마다 비참한 기분으로 절망감에 빠지는 아드님이 경험하게 될 고통을 생각하니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이런 아들을 옆에서 지켜 보는 어머니의 마음 역시 얼마나 안스럽고 속상하셨을까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또한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기 위해 지금까지의 삶을 투쟁적으로 살아오면서 느낀 긴장감과 불안에서 해방되고 싶다는 아드님의 말이 정말 이해가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드님의 문제를 현명하고 건설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상담실로 편지를 보내신 용기가 매우 귀하게 여겨집니다.
그러면 친구와의 경쟁에서 꼭 이겨야만 한다는 지속적인 생각들을 어떻게 해결하면 될까 함께 문제를 해결해 봅시다. 고3을 눈앞에 둔 고2라는 특수 상황에서 정상적인 학생이라면 누구나 성적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친구 사이에서의 경쟁의식을 느끼게 되고 이는 당연한 심리현상이라고 생각 됩니다. 건강한 경쟁의식으로 뭔가를 성취했을 때 느끼는 기쁨과 만족감은 자존감을 크게 향상되게 됩니다. 그러나 누군가를 반드시 이겨야만 한다는 사고는 그로 인한 부정적인 결과(지나친 긴장감, 경쟁의식, 불안, 좌절감, 우월감과 열등감)들을 많이 생성하게 된다고 불 수 있습니다. 아드님의 경우에는 반드시 친구를 이겨야만 자신의 존재가 승인되고 인정되며,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무능함이 드러나 사람들이 자신을 쓸모없고 무가치한 사람으로 인식할 것이라는 이분법적인 생각 때문에 여러 가지 정서적인 부작용들이 나타나게 된 것 같습니다.
특히 어려서 부터 가정에서 부모로 부터 능력에 대한 평가를 많이 받고 높은 기대 수준을 요구받다 보면 자신도 스스로 높은 자아상을 형성하고 그 수준에 도달하지 못할 때 건강하지 못한 정서적 행동적 반응들이 나타나게 됩니다. 특히 부모님의 조건적인 수용과 관심을 받다보면 아이 스스로 유능하고 뭔가 잘하고 있을때는 자신을 자랑스러워 하지만 작은 실수나 실패에도 심한 심리적인 타격을 받고 이를 자신의 모습으로 수용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지요. 또한 인정받고 싶은 욕구 때문에 과정보다는 결과에 집착하게 되고 너무 높게 설정된 자아개념으로 우월감과 열등감 사이에서 정서적인 혼란을 경험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가정에서 부모님이 아이의 문제를 지적할 때 혹은 아이를 대하는 접근 방법에서 겉으로 드러난 결과만 가지고 아이를 평가하지 말고 아이의 존재와 행위를 분리 시켜 대하시는 것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의 성적이 약간 떨어졌을 때 "너는 그것밖에 안돼, 네가 하는 일이 다 그렇지 뭐, 너에게 너무 실망했다" 라는 표현법은 드러난 결과에 따라 아이는 자신의 존재가 수용되기도 하고 거부되기도 한다는 혼란스러운 경험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럴 때 아이는 잘난 내 모습만 수용되고 인정받고 못나고 부족한 모습은 수치스럽고 결코 드러내서는 안될 치부로 여기게 됩니다. 그러므로 아이는 낮은 자존감을 가지고 내가 뭔가를 열심히 해야지만 사람들이 나를 인정해 준다는 비합리적인 사고를 소유하게 되는 것입니다. 즉 아이가 경험하는 나쁜 감정, 즉 우울 불안 좌절감 등은 그러한 기분을 일으게 한 어떤 사건이나 사실 그 자체보다 그 사실에 대한 각 개인이 가지는 생각, ' 그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잘못된 생각에서 오는 심리적 고통에서 벗어나려면 지금까지 무비판적으로 반복해 왔던 비합리적인 생각을 자신에게서 찾아내어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생각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가령 친구가 이번 기말고사에서 아드님보다 성적이 더 잘 나왔을 때, '친구보다 성적이 나쁘니 나는 이제 끝이야. 이것은 나에게 일어나서는 안돼는 일이였어 사람들이 나를 무능하다고 비웃겠지, 내 스스로도 내 자신을 용납할 수 없어. 사람들을 만나기가 싫다' 라고 생각하는 대신에 '친구보다 성적이 나쁘니 기분은 별로 좋지 않다. 그렇지만 나로서는 최선을 다했고 이것은 할 수 없는 일이지.
아직 나보다 못한 친구들도 많고 다른 아이들도 때로는 친구들 보다 성적이 잘못 나오기도 하는데 나라고 친구보다 꼭 잘하라는 법은 없지 다음에는 좀더 열심히 해보자' 라고 생각의 틀을 바꾸도록 도와주세요. 그러면 경쟁에서의 실패로 인한 무능감, 실패감, 실망감 혹은 시험보기 전에 느끼는 심한 긴장감과 불안으로 자신을 자학하기 보다 실패의 경험을 통해 오히려 성숙하고 성장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자신의 생각을 고치면 자신의 정서와 행동도 많이 달라집니다.
시험전 혹은 시험 결과가 나온 후 아이가 친구에 대한 지나친 경쟁의식으로 괴로워할때마다, 자신에게 있는 비합리적인 생각들을 찾아서 합리적인 생각으로 바꾸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합다. 또한 집에서도 아이가 경쟁의식으로 심한 긴장감과 불안을 느낄 때마다 부모님께서 '물론 좋은 성적을 받으면 기분이 좋고 행복하겠지만 만약 그렇지 않아도 엄마는 너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단다. 성적에 관계없이 너는 나의 가장 소중한 아들이야. 네가 무엇을 하든지 나는 너를 사랑해'라고 말해주며 아이가 부모님께 무조건적으로 수용되고 있다는 심리적인 안심을 얻도록 도와주시면 아이의 지나친 경쟁의식을 완화시킬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고 생각하느냐에 따라 동일한 사건이지만 우리가 느끼는 느낌이 달라 질수 있습니다. 아이가 포기하지 않고 비합리적인 사고를 합리적인 사고로 변화시키도록 옆에서 용기를 주시고 섬세한 배려를 해주시면 원하는 결과를 얻으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만약 더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면 청소년 상담실에서 개인적인 도움을 받아 보는것도 좋은 생각이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