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첫 번째 여자와 이혼하고 6년째 혼자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1년 정도 직장에서 만난 여자와 사귀면서 얼마 전에 그 사람과 결혼을 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전처 부인과의 사이에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아이가 하나 있는데, 얘도 아직 어리고 또 그 사람과 몇 번 만난 적도 있고 해서, 아이에게 그 아줌마와 아빠가 같이 결혼해서 셋이 다 함께 같이 살면 어떻겠냐고 자연스럽게 재혼 얘길 꺼냈었는데, 아이 반응이 의외여서 좀 당황했습니다.
제 친 엄마가 있는데 왜 다른 사람과 결혼하느냐고 자꾸 묻는 걸 보니 별로 찬성하는 눈빛이 아니에요.이혼 후에도 제 친 엄마와 정기적으로 만나와서 그런지 아이가 전 부인에게 특별한 정을 느끼고 있는 건 사실이에요. 아무래도 친 엄마니까 그렇겠지요. 하지만 그 동안 아이는 제가 결혼하려는 여자와 더 자주 만났었고 아이에게는 그 여자가 더 잘해줬는데 맘속으론 그게 아니었나봐요.
그래서 그 사람도 저도 아이의 반응이 더욱 당황스럽게 느껴져요. 그런데 아이도 요즘은 절 멀리하는 것 같고 작은 일에 짜증을 잘 내며 평소에 그냥 넘어가던 일도 화를 잘 내요. 아무래도 재혼 얘길 꺼낸 후로 그러는 것 같은데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친 엄마 얘기도 이젠 제 눈치도 보지 않고 전보다 더 자주 꺼내면서 신경을 긁습니다. 사실 남자 혼자 그것도 애 하나 키우면서 산다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남 보기에도 그렇고요. 어렵게 재혼까지 결심할 만큼 마음에 드는 여자를 만났는데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제 인생도 중요하지만 아이를 생각해서라도 그 사람과 재혼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서 어렵게 결정한 건데 아이가 저렇게 싫어하니까 그냥 이렇게 지내야 하는 건지, 아이를 설득해서 결혼을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 답변) 아버님께서는 전 부인과 이혼하시고 6년동안 혼자 지내시면서 직장일, 집안일, 아이 키우는 일을 혼자 해 오시면서 힘든 생활응 해 오셨던 것 같군요. 이혼이라는 어려움을 겪은 후에 또 다른 어떤 사람에게 마음을 열기가 그리 쉽지 않았을 텐데, 다행히 결혼을 맘먹을 만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셨다니, 다시 한번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소망이 간절하시겠지요.
6년 동안이나 혼자 살아오신 아버님께 있어서 이번 재혼의 결정은 그 여자 분을 사랑하게 된 이유와 함께 아이의 행복과 장래까지 이성적으로 충분히 고려하신 후에 결정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렇게 신중하게 생각하신 후에 어렵게 마음먹었지만 막상 아이의 부정적인 반응을 접하게 되었으니 당황스럽고 또 다시 혼란스러우시겠어요. 하지만 한편으론 아이의 그런 반응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별을 하신 것도 아니시고 이혼을 하셨기 때문에 아이의 친어머니가 계시는 상황에서는 아이 친 엄마가 아닌 다른 사람과 아빠가 재혼을 하신다니 받아들이기에 더욱 어려울 것입니다. 게다가 이혼 후에도 엄마와 정기적으로 만나고 있었다면 나름대로 아이 마음속에는 엄마에 대한 정이 자리잡고 있다고 봐야 하겠지요. 자주 만날 수 없기 때문에 더욱 애틋하고 간절하게 늘 어머니의 정을 그리워 할 수도 있었을 것 같구요.
아버님으로서는 한번 등돌리고 잊어버리면 남이 될 수도 있는 부인이었지만 아이에게는 그렇지 않을 겁니다. 결혼하시려는 분과 아이가 자주 만나오면서 친분을 쌓아온 것도 무시할 순 없겠지만 혈육의 정이라는 것이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아이가 싫어하니까 재혼 의사를 접고 계속 혼자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혼자 살게 된 이후로 아이가 아버님 인생에 있어서 더욱 중요한 의미가 되어 왔겠지만 아버님 자신만의 인생도 결코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아이는 자라서 언젠가는 또 자신의 가정을 갖게 될 것이이기 때문에 계속 혼자서 자식만을 바라보며 사는 것보다는 새로 좋은 사람을 만나 의지하며 아버님의 인생을 살아보는 것도 바람직한 일이라 할 수 있지요. 또한 아버님의 인생 뿐만 아니라 재혼을 하게되면 아이에게도 안정된 가정을 갖게 하는 것이므로 더 나을 수도 있어요.
아이가 아빠의 재혼을 내켜하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비단 친 엄마 때문만은 아니고 그 동안 엄마도 없이 혼자서 독차지해 왔던 아빠를 빼앗기기 싫다는 이유도 크게 자리잡고 있을 수 있어요. 아이는 아버님께서 다른 사람과 결혼하게 되면 자기보다 그 여자 분을 더 좋아하게 될 것이고 결국 자신은 버림받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면 아버님의 재혼을 반대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그 동안 아빠에게 있어서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중요한 존재라고 생각해 왔었는데 친 엄마도 아닌 다른 아줌마가 자기로부터 아빠의 사랑을 빼앗기 위한 강력한 경쟁자로 나섰으니 아이가 극도로 긴장하고 불안해하는 것이겠죠.
물론 아버님은 여전히 아이를 사랑하시고 또 아이의 그런 생각이 유치하다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아버님의 재혼이 아이에겐 절대절명의 위기가 닥친 상황이라는 것을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그런 감정의 혼란에 빠져있는 아이가 더 짜증을 부리고 사소한 것에 화를 잘 내며 예민해져 있는 건 당연한 반응이라고 할 수 있죠. 아이 눈에는 친 엄마와 자신을 배신하려는 아빠가 곱게 보이지 않고 미워지는 것도 당연합니다.
또한 전 부인과 헤어질 당시 아이가 어려서 모든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고 아빠가 왜 엄마와 헤어졌는지 그 이유를 모르고 있다면, 아빠가 엄마 아닌 다른 여자와 재혼한다는 것은 아이가 받아들이기는 더욱 힘들지 않을까요. 그리고 결혼하려는 분과 더 친하게 지내도록 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복잡한 아이를 자꾸 그 여자분과 일부러 자주 만나게 하는 것도 지금으로서는 그다지 좋은 영향을 미칠 것 같진 않습니다. 아이에게도 생각하고 이해할 시간이 필요하답니다.
그리고 아이가 불안하기 때문에 친 엄마를 더 만나려고 한다든지 엄마에게 가겠다고 우길지도 모릅니다. 그럴 때는 무조건 말리지 마시고 그렇게 하도록 잠시 내버려두시는게 좋을 것 같아요. 자기를 버리려는 아빠가 미덥지 않는 상황에서는 엄마에게 가서라도 마음의 안정감을 느끼게 하는 게 좋습니다. 물론 전 부인께서 그럴 만한 형편이 되는 상황이라면 말입니다. 아버님 입장에서는 전부인과 이미 헤어졌고 다른 사람과 재혼을 하셔야 하니까 아이가 자꾸 친 엄마에게 가려고 하는 것이 썩 내키지 않으시겠지만 아이에게 있어서는 전 부인의 존재란 아버님 입장과는 다르다는 것을 이해해 주십시오.
이런 상태에서는 굳이 재혼을 계속 밀고 나가기보다는 잠시 보류해 두시고 아이가 마음이 안정되어 아버님의 재혼을 받아들일 만한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리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무작정 재혼하신 후에 아이를 설득해보려고 하면 마음을 돌리기가 더 어려워지고, 한 가정으로서의 일치감을 느끼는데 더 시간이 많이 걸릴 테니까요. 만약 아이가 무서워서 재혼을 포기하신다면 그 영향도 아이에게는 별로 좋진 않을 겁니다.
자신이 싫어하니까 아빠가 재혼까지 포기했다고 느끼기 시작하면 아이는 앞으로 모든 일에서 그런 식으로 기득권을 행사하려고 할겁니다.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주고 받아들일 만큼 기다려서 충분히 설득한 후에 결정하시라는 것이지 무조건 네가 싫어하니까 알았다는 식으로 결정을 내리는 것은 아이에게도 좋지 못합니다. 아이가 어리니까 뭘 알겠냐고 대충 넘어가지 마시고 한 개인에게 설명하듯 엄마와 헤어질 수 밖에 없었던 이유, 그리고 지금 재혼하려는 이유를 설명해 주도록 하십시오.
아이가 어른들의 일을 과연 다 이해할 수 있을까하는 문제보다, 아버님께서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 자신에게 진지하게 설명하고 또 자기의 의견을 구한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아이가 소외감을 느끼지 않고 자신이 여전히 아빠에게 있어서 중요한 존재로서 존중받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아이를 존중해주고 변함없이 사랑한다는 뜻을 전달한 후에도 아이가 싫어하는 내색을 하면 무리하게 밀고 나가지 마시고 잠시 더 기다려 주도록 하십시오.
이렇게 고민하시는 모습을 보니, 재혼을 결심할 만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어 행복한 가정을 꿈꾸고 계실텐데도, 아이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지 않으려는 아버님의 깊은 사랑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조급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아이가 아버님을 이해하고 좀 더 마음을 열 때까지 기다리시면서 그 분과의 재혼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신중하게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