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저는 고등학교 2학년에 다니는 딸아이가 있는 엄마입니다.딸애는 성적도 상위권에 들고 이제껏 한번도 제 속을 크게 썩이거나 한 적이 없었습니다. 위로 두 오빠가 있는데 그 애들도 명문대에 다니며 말썽없이 컸습니다. 남매들간에도 별 문제는 없습니다. 애 아빠도 그렇게 다정다감한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엄격하지도 않습니다. 언제나 아이들의 의견을 존중해 주는 편입니다. 저도 직장엘 다니고 있어서 아이들을 잘 챙겨주지는 못했지만 크게 문제없이 자라주는 아이에게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저는 가끔 아이들 방을 살펴봅니다. 그날도 딸아이 방을 정리해 주다가 우연히 아이 가방에서 담배를 발견하였습니다. 처음엔 너무 놀라고 당황스러워서 당장 딸아이를 불러 앉혀 놓고 확인해 보고 싶었지만 마침 아이는 집에 없었고 제 마음을 조금 진정시킬 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혹시나 애 아빠나 오빠들 것이 잘못돼서 딸아이 가방에 들어가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스스로 위로하며 확인해 보았지만 딸아이 가방에서 나온 것과는 다른 것이었습니다. 저녁때 딸아이 방에서 둘이서 앉아 조용히 물었습니다. 처음에 부정하던 딸아이도 내가 담배갑을 보여주자 순순히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2달전부터 피우기 시작했다더군요. 저는 딸아이에게 무슨 고민거리라도 있냐고 물었지만 없다고 했습니다. 그저 집중이 안되고 잠이 올 때 한 번씩 피웠다고 했습니다. 저는 딸아이에게서 다시는 담배를 피우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고 둘이서만 알고 조용히 넘어갔습니다. 그러나 하루종일 딸아이 걱정이 떠나질 않습니다. 일을 하다가도 몇 번씩 그애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지고 호출기로 확인을 해보고 싶지만 혹시나 아직도 내가 자기를 의심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상처 받을까봐 조심스러워 꾹 참고 있습니다. 그러나 또 담배를 피우지는 않을까? 무슨 말 못할 고민이 있는 것은 아닐까? 나쁜 친구들을 사귀지는 않을까 불안해서 아이 눈치만 살핍니다. 딸아이는 딸아이대로 제게 미안한지 저를 자꾸 피하기는 하지만 특별히 달라져 보이지는 않습니다. -------------------------------------------------------------------------------------------------------------------- 답변) 성인 흡연자들의 금연에 대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10대 청소년들 사이의 흡연은 실제로 증가되고 있으며 특히 10대 소녀들의 흡연의 증가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연령 또한 점점 낮아지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청소년 흡연은 정서적 갈등을 감소시키기 위한 일종의 방편으로 사용되어지거나 또래 사이에서의 자기 과시욕, 혹은 동조에서부터 시작되어집니다. 특히 우리나라 청소년의 경우, 학업에 대한 과도한 스트레스와 긴장 상태에 노출되어 있으며 이것이 계속되어져 정서적인 불안감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청소년들은 이런 불안이나 긴장 상황에서의 탈출구로서 일탈적인 행동을 생각하게 되고 그것의 하나로 흡연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실제, 한 연구에서 어떤 사람들에게는 흡연은 긴장을 푸는데 수반되는 필수적이고 유쾌한 활동이며, 또 어떤 사람들에게는 성취지향적 사회에서 도전적인 상황에 대처하는데 필요한 보조수단이 되기도 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이것저것 제제가 많은 청소년들에게는 간혹 금기시 되는 것에 대한 묘한 동경이 있습니다. 남학생의 경우 흡연이 남자들의 남자상을 더욱 강하게 보이게 한다고 생각하고, 여학생의 경우 여성 흡연자의 멋있는 이미지가 매력적으로 보일 수가 있습니다. 또 다른 경우, 자신이 속해 있는 주변의 친구들이 흡연을 하면 거기에 함께 동조되어 흡연을 시작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그들은 무모하게 경쟁적이 되기도 합니다.
상담하신 따님의 경우, 자기 과시욕이나 동조에 의한 흡연은 아닌것 같습니다. 그리고 흡연 자체도 그다지 심각한 수준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다만 따님은 지금 스트레스나 긴장 상태에 놓여 있고, 그것에서부터 탈출하기 위한 일시적인 방편으로 흡연을 선택한 것 같습니다. 우선, 따님의 현재 정서 상태가 어떤지 살피고 안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따님의 현재 정서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근원적 문제가 무엇인가를 파악해야 할 것입니다. 따님의 경우, 여자 형제가 없고 위로 오빠만 둘이 있고 부모님들도 모두 일을 하고 계시기 때문에, 가정에서 누군가에게 맘편히 자신의 현재 상황이나 심리 상태에 대해 의논할 대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불안한 마음을 흡연으로 해결하려고 했을 수도 있습니다. 학교 생활도 크게 달라진 것이 없고 나쁜 친구들을 사귀는 것도 아니며 특별한 고민거리도 없는 것 같다면 학업과 관련된 면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성적이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고 두 오빠들 모두 명문대에 다닌다면, 자신도 모르게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몇몇 상위권 학생들은 성적 유지에 대해 강박적인 불안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또한 명문대에 다니는 두 오빠들로 인해, 자신도 명문대에 가야한다고 자신을 몰아 칠 수도 있고 주변 사람들이 은연중에 보이는 기대가 따님에게 전해졌을 수도 있습니다.
다음으로 생각해 볼 것은 흡연을 하는 행동에 대해서 입니다. 따님은 상습적인 흡연이 아니었기 때문에 금연도 쉬울 것이라 봅니다. 우선 담배를 피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마음속으로 '안돼!' 라고 외치고 어떤 일이든 몸을 움직여 그 생각을 떨쳐 버리게 하세요. 어머니가 처음 따님의 흡연 사실을 알았을 때, 다른 가족이나 주변에 알리지 않고 권위적으로 윽박지르지도 않고 따님과 대화를 시도한 것은 좋은 방법이었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따님은 자신에 대한 죄책감이 더 커져 깊은 상처를 받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어머니께서 따님이 또 흡연을 하지 않을까하는 걱정으로 안절부절 못하신다면 차라리 솔직하게 그 마음을 따님에게 이야기해 보세요. 어머니꼐서 걱정하시는 마음이 딸에대한 의심이 아닌 진정한 염려임을 진지하게 이야기해주신다면 오히려, 엄마가 자신에 대해서 얼마나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 느낄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도 있겠을거예요. 어머니가 중심을 잡고 '너를 믿는다'라는 태도를 보여 주시는 것도 중요하겠죠. 그렇게 해주신다면 따님 또한 자신을 이해해주는 어머니의 힘으로 인해 빠르게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