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우리 **이는 여학생인데 고등학교에 들어온 후 책상에 앉아있는 시간은 많은데 공부를 하기보다는 멍하게 앉아있는 것을 많이 보게 됩니다.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고 하려고 노력하는데 집중이 잘 되지 않는 모양입니다. 사실 아빠가 하는 일이 잘 되지 않아서 **이가 중학교 3학년이 되었을 때 거의 모든 재산을 잃어버리고 지금은 남의 집에 세를 들어서 살고 있어요. 겨우 방은 두 칸인데 **이가 남동생과 반을 나누어서 사용하고 있어요. **이는 중학교 때까지는 성적이 좋아서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을 했습니다. 저도 일을 하기 때문에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지 않은데 그래도 이제는 큰 애가 고등학생, 작은 애가 중학생이고 하니 제 할 일은 자신이 잘 알아서 할 것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지금 큰애가 고등학교 2학년이고 내년이면 고3이 되는데 공부하는 시간보다는 멍하게 있는 시간이 더 많으니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집안 형편이 어려워도 대학은 진학을 시키고 싶은데 걱정입니다.
<<답변>>
집이 안정이 되지 않은 상황 속에서 공부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은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이의 경우는 가정환경이 지금까지 **이가 살아온 환경과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이 에게는 그동안 살아온 집이 없어졌고 그렇게 크고 위엄 있어 보이던 아버지가 나약하고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사람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늘 학교에서 돌아오면 **이를 맞이해 주시던 어머니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텅 비어 있는 캄캄한 집에 직접 문을 따고 들어가야 합니다. 그리고 좁은 방을 동생과 같이 나누어 사용합니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 소녀인 **이에게 이런 환경은 혼자서 이해하고 감당하기가 힘들 것입니다. 가정을 이런 상황으로 몰고 가신 아버지가 원망이 되고 자신의 심리 상태를 한번 읽어주지 않는 어머니가 야속하기도 할 것입니다. **이에게는 미래가 없어 보입니다. 희망이 없어 보입니다. 공부를 한다는 것이 **이에게는 의미가 없는 것이지요. 지금 집안 형편으로 볼 때 자신이 과연 대학을 다닐 수 있을 지 의문이 생길 것입니다. 오히려 자신이 빨리 취직을 해서 집안에 도움이 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들기도 할 것입니다. 희망을 잃은 소녀가 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다는 것일까 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이의 아픈 상태를 부모님께서 알아 주셨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의 동생도 나이가 어리지만 중학생이라면 사춘기이기 때문에 **이와 비슷할 것입니다. 부모님께서도 많은 근심이 있으시고 힘드시겠지만 사는 것이 그렇다고 하여 가장 예민한 사춘기 과정에 있는 자녀들을 혼자서 괴로워하고 힘들어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은 자녀들에게 미래에 대한 소망을 잃어버리게 하는 것입니다. 오히려 이런 상황 속에서 가정 속에서 서로를 위로하고 힘이 되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될 수 있으면 같이 모여서 얼굴을 마주 대하고 대화를 하는 시간을 많이 갖기를 바랍니다. 주말이나 쉬는 날에는 자녀들과 같이 식사를 하고 가벼운 외출을 하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자녀들을 붙들어 주고 가족의 따뜻함을 알게 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자녀들에게 희망을 품어 주십시오. 부모님께서는 **이를 집안 형편과는 상관없이 대학에 보내고 싶다고 하셨는데 대학진학에 대한 부모님의 뜻을 **이에게 알리시고 **이가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부모님의 굳은 의지를 보여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냥 무작정 대학공부를 시켜줄 것이니까 공부를 하라고 한다면 **이는 아무 것도 없는 이런 형편에서 무엇을 보장으로 해서 대학을 보내 준다고 하는 것일까 하고 의심을 할 수도 있기에 그것이 부모님의 무모한 생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니 대학을 가는 것이 반드시 형편이 좋아야 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면 좋겠지요. 학자금 융자 제도나 **이가 아르바이트를 한다거나 공부를 잘 해서 장학금을 받는 여러 가지 길이 있음을 알려 주고 **이가 대학에 가서 더 많이 더 잘 배워서 **이의 재능을 가치 있게 사용하기를 바란다는 것을 말해 준다면 **이가 기대를 가져볼 수 있도록 해 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집안 형편이 어려워졌다는 것은 예전에 비해서 불편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 그것 때문에 그 전에 품고 있던 꿈까지 포기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요.
**이는 이제 고등학생이고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많습니다. 살아갈 날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이에게 주어지는 기회들이 많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의 상황들이 어떻게 변화될 지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모든 것이 암흑으로만 보이는 **이에게 부모님께서는 **이가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생활해 온 대로 그렇게 생활을 하는 것이 최선의 길임을 **이에게 알려 주십시오. 그리고 **이가 집안 일로 인해 마음이 아픈 것은 이해를 하지만 **이가 걱정한다고 해서 가정 형편이 원래대로 돌아오는 것은 아닙니다. 걱정은 부모님의 몫이고 부모님이 잘 헤쳐 나갈 것이니 그런 부모님을 믿어주고 **이가 자신의 생활에 열심히 최선을 다해 주기를 바란다는 부모님의 뜻을 자녀들에게 말해 준다면 자녀들은 그런 상황에서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자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가 집중을 잘 하지 못한다고 했는데 그것은 그만큼 **이가 가정의 일로 걱정을 하고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부모님께서는 자녀들에게 이런 상황으로 힘들게 해서 미안하다고 말을 한다면 오히려 그런 부모님을 자녀들은 위로를 하고 격려를 해 줄 것입니다. 그런 가운데 가정은 더 서로를 이해를 하게 되고 사랑으로 뭉쳐지기도 합니다. 이제 부모님께서 **이에게 **이가 가지고 있는 근심들을 부모님에게 맡기고 비록 예전처럼 풍족하진 않겠지만 꿋꿋하게 마음을 편히 갖고 공부를 하라고 하면 좋을 것 같군요. **이도 이해를 하고 자신의 일에 집중하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부모님의 뜻과 의지를 알았기 때문에 그 전의 막막함과는 달리 안정감을 가질 수 있는 확신 속에서 자신의 생활에 집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가족 모두가 어려운 지금의 위기 상황을 모두 힘을 합쳐 잘 극복한다면 **이 가정이 한 단계 올라가는 성장의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힘을 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