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중2인 우리 딸아이가 친구도 별로 없고 한 친구에게만 집착하는 것 같아요. 옆동의 사는 **이하고 친하게 지내더니, **이네 반 아이가 근처로 이사온 후로 둘이 친해진 모양이에요. **이는 전과 같이 연락도 하고 가끔 놀러도 오는데, 괜히 우리 애가 시무룩해 가지고 말도 안하고 짜증만 내는 눈치에요. 밥도 잘 안먹고 말도 없고 집에만 있어요. 너무 답답하고 저러다 그나마 하는 공부에도 성적도 걱정이 되고 친구도 없는 외톨이로 지낼까 걱정이에요. 어떻게 하면 성격을 바꿀수 있나요? -------------------------------------------------------------------------------------------------------------------------------------------------------------------------------------------- 답변) 가장 예민할 때인 사춘기의 딸아이를 두셨군요. 어머님의 고충이 조금은 그림이 그려집니다. 아마도 OO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답답하기도 하고 사소한 질투심으로 밥도 안먹고, 말도 안한다고 느껴지실 것 같네요. **이는 변함이 없는데 OO가 너무 예민한 것은 아닌가 걱정도 되고 답답하시기도 한 듯이 느껴집니다.
차라리 이렇다, 저렇다 말이라도 속 시원히 하면 뭔가 좋은 얘기도 해주실 수 있을텐데 내성적이라 말수도 적고 혼자서만 끙끙 앓고 있는 것같네요. 친구도 별로 없으니 외톨이로 지낼까봐 걱정이시겠어요. 더구나 공부도 줄곧하던 OO가 성적이 떨어질지도 모르고 밥도 잘 안먹으니 걱강을 헤칠까 염려도 되시구요.
우선 OO의 문제를 이해하시려면 사춘기의 몇가지 특성과 OO 고유의 성격을 이해하시면 좋을 것 같네요. 사춘기의 특징중 중요한 한 가지는 바로 소속감입니다. 학교와 집, 종교단체를 비롯하여 써클모임과 또래모임도 소속감을 갖게 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성격에 따라 다양한 소속 속에서 자기를 드러내는 명랑한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내성적이고 조용한 아이들은 소모임 속에서 존중의 욕구를 충족하며 인정받으며 자아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특별한 존재로서의 자아를 만들어 가지요. 이러한 소속의 욕구가 가정에서든 학교에서든 또는 또래모임에서든 채워지지 않으면 아이들은 일탈된 모습으로 그 욕구를 채우려고 합니다. 거리에서나 불량써클을 통해서라도 그들은 인정받기 위해 더 공격적인 행동을 하고 더 일탈된 행동을 하며 그들 속에서 자리매김하려 합니다.
또 다른 사춘기의 특징은 유연성, 가변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선호하는 대상에 대해서는 무조건 모방하고 추구하고 따르게 됩니다. 유명연예인의 반짝 인기도 이런 사춘기의 특성이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겠지요. 한 가지 더 소개하면 심인성 불안의 특징도 있습니다. 마음이 불안하고 문제가 있으면 신체적인 불편을 호소하는 경우가 그것이지요. 배가 아프거나 기침을 하거나 목이 잠기고 입맛이 없거나 때때로 두통까지도 심리적인 요인에 의한 경우가 많습니다. 당연히 집중력을 저하시킬 수도 있겠구요.
성격은 어떨까요. 이미 유아기에 지능은 거의 정해진다고 하지요. 성격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기질적인 성격을 완전히 바꾸거나 달라지게 할수는 없겠지요. 그러나 사춘기에 가치관의 형성과 자아정체감을 구축해가면서 성격이 표현되는 태도나 성숙도는 많은 차이가 있을 거라고 봅니다. 어떤 사람이든 양면적인 성격을 조금씩은 가지고 있으니 어떤 쪽을 더 개발하느냐에 따라 조금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마 제 생각에는 OO는 많은 친구를 사귀기보다 한 친구와 친하게 지내는 얌전하고 모범적인 아이같습니다.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않고 늘 공부만 하면서 그 또래의 감수성을 나눌 친구는 은경이 뿐이였을 것 같은데요. 내성적인 OO에게 **이는 어쩜 유일하게 사춘기의 고민을 담아내고, 또한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창구역할을 했을 것만 같군요. **이는 그냥 친한 친구 한명일 뿐이 아니라 특별한 친구였을 것이고 그런 친구에게 OO 자신도 특별하고 싶었을텐데. 다른 친구가 생겼다면 아무리 **이가 전과 같다고 해도 OO는 상실감과 배신감을 느낄수 있을 거예요.
왜 이런 경우가 흔하지요? 둘째아이가 태어나면 첫째에게 소홀리 한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엄마가 전처럼 똑같이 대해도 첫째 아이가 공격성을 보인다거나 야뇨증을 보인다거나 말썽을 일으키곤 하잖아요. 그건 엄마의 자기에 대한 태도의 변화 때문만이 아니고 별안간 없던 존재가 나타나서 자기의 자리와 사랑을 뺏었다고 느껴지기 때문일겁니다. 그럴 때 첫째 아이에게 매가 통할까요? 위협적인 말이나 반복적인 타이름이 효과적일까요? 이제 아이도 그 전의 상태, 그전에 받았던 사랑만으로는 만족을 못합니다. 책임감을 주고 새로운 위치로 승격시켜서 가정이라는 소속내에 중요한 자리매김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 동생도 인정하고 형이나 언니로서의 역할을 새로운 인정받기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겁니다.
사실 친구간의 문제는 부모나 교사의 어떤 개입도 큰 효과는 없는 것 같습니다. 부모를 포함한 어른의 접근을 차단하는 그들만이 공유할 수 있는 세계입니다. OO는 앞으로 이런 경험에 다소 익숙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누구도 소유물이 될수 없다는 점과 한 사람에게만 의존하는 것은 서로에게 부담스럽고 창조적인 관계로 발전해 가는데는 걸림돌이 될 뿐이라는 점을 말이에요. **이도 지금은 OO의 이러한 모습을 자주 대하면 OO에게 실망스러워 할 수 있다는 점도 인지시켜 주시는 것이 필요하리라고 봅니다.
OO의 성격이 내성적이라면 대인관계 문제를 극복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가정이나 다른 곳에서의 충분한 인정받기와 소속감을 느낄수 있도록 지원이 된다면 잘 해결하리라고 봅니다. EQ라고 하지요. 사회성지수를 높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가정이라고 합니다. **이와의 좋은 관계의 여부가 OO의 공부와 식성과 성격에 영향을 끼치는 것처럼 앞으로의 수많은 인간관계의 질에 따라 OO의 행복의 질적 차이를 가져다 줄거라 생각합니다. 이번이 어쩜 다른 친구를 사귈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된다면 참 좋겠네요.
**이와 근처로 이사왔다는 친구를 초대해서 셋이 함께 시간을 보내면 어떨까요. 자기 집이라면 OO는 그 모임의 중심이 되어 역할을 할텐데요. 앨범도 보여주고 요리도 하면서 **이 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도 배려해 줄테고 그러다보면 분명히 상황에 따라서 갈등의 원인을 제공할 수도 있지만 자연스럽게 사귈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이 생기지 않을까요. 꼭 그 친구가 아니라도 또 다른 학교 친구를 초대하거나 다른 아이들에게도 관심을 갖고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식욕이 없을 때는 식단을 바꾸거나 좋아할 만한 패스트푸드 식당에 함께 가셔서 자연스럽고도 진지하게 고민을 들어주신다면 엄마가 좋은 친구로 느껴지지 않을까요. 또한 어머님의 사춘기 시절 친구문제로 고민했던 경험담이나 잘못 대처해서 후회스러웠던 부분을 훈계조가 아닌 진지하게 격려와 사랑으로 나눈다면 외로움을 느끼고 있을지 모를 윤주에게 '우리 엄마도 그랬었구나'하며 다소 힘이 될 것 같습니다.
성적이 좋다거나 착하거나 말을 잘 들어서가 아니라 그 존재 자체로서 특별한 OO를 인정해 주시고 사랑해 주신다면 좋겠네요. OO 고유의 내성적인 성격을 바꿔야 된다고 생각하시기 보다 그런 성격에 맞게 성숙해질 수 있도록 접근한다면 OO는 위로를 받고 스스로의 고민 속에서 나오려고 할 겁니다. 윤주는 갖 태어난 동생이 생긴 어린아이는 아니니까 자신의 감정적 균형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아무쪼록 이번을 계기로 OO가 친구관계를 재정립하고 더불어 딸을 더 많이 이해하게 되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딸과 어머니의 관계가 아주 특별한 친구같이 은밀하고 특별한 관계로 발전하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