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저희 남편은 독불 장군입니다. 집에서 그런 독불 장군이 따로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언제나 기가 죽어 있습니다. 매사에 자신감이 없고 의욕도 없습니다.
오히려 남편은 그런 아이들을 볼 때마다 비위가 상해 "사내 녀석들이 왜 그러느냐"며 윽박지르고 화를 냅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아이들은 활발해 지기는 커녕 오히려 주눅만 들어가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도 할 말이 있으면 해보라고 하면서도 막상 말대꾸를 하면 받아줄 마음의 여유는 없고 가르치기 시작합니다. 자기가 생각하는 건 모두 옳고, 저와 아이들은 어리석은 생각만 한다고 다그칩니다.
매사에 정확하고 귀가 시간도 늘 일정합니다. 시간만 나면 아이들을 불러 앉혀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고 가르치기 바쁩니다. 그러다 보니 저와 아이들은 남편 귀가 시간이 되면 만사를 제쳐놓고 집에 들어가기 바쁩니다. 집안에 활기가 하나도 없고 남편의 눈치만 보는 아이들이 불쌍합니다. ------------------------------------------------------------------------------------------------------------------------------------------------------------------------------ 답변) 남편께서 여러 가지로 제제를 가하고 가족들의 의사는 고려하지 않고 혼자서 모든 걸 결정하시고, 아이들마저 아버지의 눈치와 야단 속에서 자라고 있다고 생각하셔서 여러 가지로 마음이 무거우실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아버지를 겉으로는 무서워하고 존경하는 듯 싶지만, 속으로는 무시하고 미워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습니다.
오히려 남편이 없을 때 집안이 평안하고 활기를 띠고, 아이들이나 OO님도 마음이 한결 편하실 것 같습니다. 우리 나라가 워낙 가부장 중심적인 문화가 강하기 때문에 여러 가정에서 이와 비슷한 문제로 힘들어 하고 있습니다.
남편 분도 자식을 제대로, 훌륭하게 키우고 싶은 마음으로 아이들에게 훈계를 하실 겁니다. 남보다 나은 아이, 좀 더 예의 바르고 뛰어난 아이로 자라도록 키우고 싶은 바램은 다른 부모들의 마음과 다름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방식에서 받아들이는 사람을 힘들게 한다는 점이 문제가 되는 것이죠. 남편께서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많이 하시고 훈계를 많이 하신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점을 남편께서 못마땅해 하시는지요?
가족은 서로 주고 받는 상호 보완적인 성격이 있습니다. 한 사람만이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죠. 남편의 입장에서는 아이들이 문제이고 뭔가 부족하다고 생각하실 겁니다. 예를 들어 '사내녀석이 자신감도 없고 의욕도 없어 보인다'고 아이들을 다그치고 야단을 치시면, 그 말을 듣는 아이들은 기가 죽어서 특히 아버지 앞에만 있으면 더 주눅들고 눈치만 살피게 되죠. 그러면 그 모습을 보는 아버지는 못 마땅해서 '넌 왜 맨날 그 모양이냐'고 또 잔소리를 하게 되죠. 그러면 그 아들은 '나는 안돼. 적어도 아버지 앞에서는 난 엉망이야'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악순환의 반복이 되는 것이죠.
아들의 입장에서는 '잔소리를 하는 아버지'가 문제가 되는 거고 아버지의 입장에서는 '남자 답지 못하고 말을 듣지 않는 아이'가 문제인 것입니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보면 이 둘 관계에서 서로 공을 주고 받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한쪽이 공을 던지면 반대 쪽에서 그 공을 다시 상대방에게 던지는 겁니다. 그래서 끊임없는 갈등과 긴장의 연속 상태에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의 원인을 상대방에게 돌리기 전에 자기 자신의 행동을 살펴보는 것이 문제 해결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아이들은 아버지가 잔소리를 하시기 때문에 아버지와 마주치는 것이 싫다고 생각하는 것을, '내가 아버지를 자꾸 피하니까 아버지는 그런 우물 쭈물하는 행동이 보기 싫어서 잔소리를 하시고 나는 그 소리를 듣는 게 싫어서 또 다시 아버지를 피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 문제가 아버지에게만 있는 것이 아님을 깨달아 아버지에게 다가서도록 노력을 할 것입니다.
남편의 입장에서도 '저 녀석들 항상 자신감 없고 말도 제대로 못해서 큰 일이야'라고 생각하던 것을, '내가 아이들에게 부족한 것만 계속 지적하게 되니까 아이들이 내 앞에서 더 눈치만 살피게 되고 결과적으로 더 주눅이 들어가는구나'라는 걸 깨달으시게되면 스스로 행동을 조심하시게 될 것입니다. 아이들이 듣기 싫어하는 소리보다는 아이들을 격려하는 말씀을 하시는 것이 결국 자신이 원하는 아이들의 모습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된다는 걸 깨닫게 되시리라 생각됩니다.
남편 분은 현재 자신의 행동을 가족들이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생각조차 못하시고, 자기 앞에서는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복종하는 아내와 아이들의 마음 속에 어떤 가정이 흐르고 있는지 모르실 겁니다. 남편께서 아이에게 기대하는 목표는 바람직하지만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에서는 갈등을 일으키는 소지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남편께서 아이에게 직접 사랑을 표현하지 않은 채 아이가 부모의 마음을 다 헤아려 주기를 바란다는 건 너무나 무리이기 때문입니다.
남편의 입장에서는 "다 너 잘되라고 야단치는 거야"라고 말씀하시지만, 아이쪽에서는 '나'를 위한 것으로 여기기보다 "아버지는 나와 미워해"라고 오해를 하게 되어 반항심만 더 커지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거듭되는 훈계, 잔소리는 아이에게 '우리 아버지는 나만 미워하고 못 믿는다'는 느낌만을 갖게 합니다.
많은 부모님들이 과정보다 결과만 보고 아이의 행동을 이해하고 대처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이가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을 하게 되면 원인을 파악해 보려는 노력보다는 당황한 나머지 그 '처리'에만 골몰하게 됩니다. 그러나 사랑이 없는 훈계는 결국 잔소리나 매를 부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만큼 잔소리나 매가 아니면 전혀 힘을 발휘할 수 없게 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의 문제 행동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아니라, 남편께서 아이에게 어떤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할 수 있을까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시도록 노력하셔야 합니다. 아들도 아무리 아버지가 무섭고 미운 마음이 있어도 아버지의 사랑을 받고 싶어하는 마음이 큽니다. 다만 그 마음을 무서운 아버지 앞에서 표현할 길이 없는 것이죠.
야단치고 혼내는 것이 '아버지의 역할'이 아닙니다. 아이에게 아이가 좋아하는 음악 테입이라도 하나 사주면 아이들은 분명 아버지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겁니다. 그러면 아버지의 권위가 서질 않는다고 야단치는 역할을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음악 테입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너에게 관심이 있다'는 애정의 표현이 꼭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들은 아버지의 사랑의 마음을 알수가 없습니다.
아이들의 잘못만도 아니고, 남편의 잘못만도 아닌 문제입니다. 서로 이제는 애정을 야단치는 것 대신에 대화로, 무서운 아버지를 피하는 것 대신에 반가운 인사라도 건넬 수 있는 사랑의 연습을 시작할 수 있도록 어머님께서 양쪽을 잘 조율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