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중학교에 다니는 딸아이가 요즘 들어 부쩍 외모에 신경을 씁니다.거울 앞에서 한 두시간 보내는 것은 예사이고, 가끔씩은 저 몰래 화장도 하는 것같아요. 처음에는 호기심에서 한 두번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모르는 척 눈감아 주긴 했는데 요즘에는 보기 민망할 정도의 짙은 화장을 하고 다니는 것같아 여간 걱정이 아닙니다. 그런데 얼마전 청소하기 위해서 아이 방에 들어갔는데 책상위에서 무언가 조그마한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호프집 위치와 전화번호가 적힌 성냥이었습니다. 그동안 딸아이가 요란하게 치장하고 다닌 이유가 그런 곳에 출입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싶어 그 순간 너무나 당황했습니다. 딸아이와 얼굴을 마주 대하고는 있지만 마음이 편치가 않습니다. 아직 아이에게는 그 일에 대해서 자세하게 묻지는 않았어요. 물어봐야지 하면서도 만약 아이의 대답이 제 생각대로라면 저에겐 엄청난 충격일 것 같아서 쉽사리 입을 뗄 용기가 나질 않습니다. 지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제 추측이 맞지 않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그러나 만일 아이가 그런 곳에 다니고 있다면 무슨말로 그 마음을 되돌려야 할지 걱정입니다. ------------------------------------------------------------------------------------------------------------------------------------------------------------------------------------------------------------------------- 답변) 아직은 어느것도 구체적인 확인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이므로 먼저 이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시는 일이 필요할것 같군요. 어머니의 다황스럽고 난감한 이 상황에서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너무 긴장하고 걱정스러운 마음이 앞서다 보면 자칫 감정적으로 아이를 대할 수가 있습니다. 섣불리 아이의 행동을 판단하고 질책하는 것은 상황을 잘 해결해 나가는데 방해가 될 수 있기에 힘드시겠지만 조금이나마 마음의 평정을 되찾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사춘기가 되면 신체구조가 급격하게 변화하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외형적인 신체의 변화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변화도 겪게 되는데 이에 있어서도 과거 아동기의 단편적인 경험에서 벗어나 보다 다양한 관심사에 대해서 알고 싶은 호기심이 늘어나게 됩니다. 외모도 멋지게 꾸미고 싶고, 머리도 세우고 복장도 좀 색다르게 해서 나 자신에 대한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고 싶어하며 아울러 이로 인해서 주위 사람들의 시선도 끌고 싶어합니다. 더 빨리 어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과 함께 이렇게 하면 더 어른스러워 보이리라는 기대감도 이 시기 청소년들이 필요 이상으로 치장하는 하나의 이유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의 이런 행동에 대해서 어른들은 단순히 나쁘다라는 식의 비판이나 무시 또는 납득하기 어려운 말로써 충고를 하려 합니다.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이러한 표현이 자신의 존재하고 있고 자신을 드러내기 위한 수단이기에 비록 어른들이 보기에 부정적인 행위일지라도 이에 대해서 제재를 당할 때에는 마음의 상처를 받게 됩니다. 이 시기는 자기 자신에 대한 나름대로의 의식이 있는 시기이므로 어른들 식의 충고나 훈계를 할 경우에는 쉽게 반발하게 되므로 그대로의 존재를 존중해 주고 수용해 주는 부모님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우리 아이의 경우에 있어서도 어머니가 보시기에 지나칠 정도의 화장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면 이에 대해서 무조건적인 거부의사를 보이기 보다는 아이를 이해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진지하게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군요. 대화를 통해서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기에 부담스럽지 않을 만큼, 허용가능한 범위내에서의 조정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에 대해서 아이에게 인식시켜 주는 일이 필요합니다.
화장을 하기에 앞서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외형의 아름다움에 치중하기 보다는 내면의 아름다움을 잔직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아름다움이 될 수 있음을 일깨우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화장을 하는 그 자체가 잘못된 일은 아니지만 연령과 피부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함부로 사용하는 것은 앞으로를 위해서는 좋지 않기 때문에 이 점에 있어서도 자연스러운 화장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는 나이에 맞지 않은 지나친 화장으로 인해서 자칫 의도하지 않는 그릇된 행동 또한 나타날 수 있음을 인식시켜야 합니다. 화장을 해서 보이는 모습이 어른같아 보인다고 해서 어른의 행동을 흉내내거나, 보다 과감한 행동으로 발전시키는 것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비행으로 접어들 수 있으므로 주의하도록 가르치는 일도 필요합니다.
또 다른 문제에 있어서도 앞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아직은 구체적인 사실 확인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라 정확한 말씀은 드릴 수 없지만 한가지 중요한 것은 아이가 보이는 모든 행동은 나름대로 홀로서기하는 과정이며, 자기식대로의 주장과 가치관을 형성해 나가려는 노력이라는 것입니다. 부모님이 보시기에는 위험스러워 보이고 잘못된 길로 가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 부모님이 보여주셔야 할 태도는 비난이나 충고보다는 오히려 아이를 향한 따뜻한 마음과 아이 스스로 자신의 모습을 이해하고 보다 건전한 행동을 할 수 있는 판단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인내심 있는 노력이 필요합니다.이러한 노력이 계속될 때, 아이는 더 밝고 자신 있게 자신의 미래를 설계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