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안녕하세요. 저는 결혼 한지 3년 된 주부입니다. 제 남편은 5남매 중 막내입니다. 저희 시댁은 가족들이 모여서 북적거리는 것을 좋아해서 자주 가족모임을 갖게 됩니다.
시댁에는 동서 2명, 시누이 2명이 모두 전업주부라서 직장을 가지고 있는 저는 유독 튀는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 생각은 일을 하든 안하든 주부에게 잦은 가족 모임은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동서들은 어떨지 몰라도 저는 그런 잦은 가족모임에 대해 스트레스를 느낍니다. 시어머니와 시누이들은 제 시간은 전혀 배려하지 않고 모임을 일방적으로 정해 놓고, 불가피한 일로 빠지거나 늦으면 눈총을 줍니다.
다른 일에는 합리적인 남편도 제가 시댁 식구에 대해 불평하는 것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저보고 '왜 그렇게 예민하냐, 그저 지나는 소리로 듣고 넘길 수 있는데...' 라면서 오히려 못마땅해 합니다.
여자들끼리 앉아서 이야기할 때면, 시누이나 시어머니가 저에게 하는 얘기 중에 가장 듣기 싫은 것은 "얘 막내야, 애도 커 가는데 둘째는 안낳냐? 벌면 얼마나 벌겠다고 늦기 전에 하나 더 낳아라. 직장은 언제까지 다닐래?"라는 소립니다.
그리고 시누이들은 "올케, 애들 교육은 지금부터가 중요한데 직장 다니느라고 애 교육은 뒷전인 거 같아. 다른 집애들은 3살에 벌써 한글을 다 깨우치는데...",라고 하고, 동서들은 "동서는 좋겠다. 그 돈 벌어서 다 뭐해?"라고 비아냥거리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런 얘기를 들으면 기분이 아주 나빠집니다. 남편은 제가 쓸데없이 과민해서 그런다고 합니다. 저도 어쩌면 나도 모르게 집안 일, 아이와 남편에게 소홀하고 있다는 자격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냥 웃어넘길 수 있는 일에 발끈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같은 말을 들어도 기분이 나쁜 것 같습니다. 저는 정말 시댁식구들 얼굴도 보기 싫고, 이젠 남편도 너무 얄밉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 답변) 00님, 안녕하세요. 주신 글 잘 받았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가사 일을 하는 것도 만만치 않을텐데, 시댁에서 가족모임이 잦아서 주말에도 쉴 틈이 없으시겠군요. 그런데다가 동서와 시누이마저도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고 느끼는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도 잦은 가족 모임이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시어머니와 시누이들이 직장에 다니는 며느리의 개인 시간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모임 시간이나 장소를 일방적으로 정해 놓는다면 더 골치 아픈 일이겠지요.
잦은 가족 모임이 힘들다고 시어머니께 말씀드려 본 적이 있으신 가요? 말씀드리기 주저되고, 어렵겠지만 결혼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지내셨다면, 이번 기회에 시어머니와 시누이, 동서들에게 말씀해보세요. '저는 직장에 다녀서, 주말에는 피곤합니다. 밀린 집안 일도 해야되고요. 동서와 올케들은 직장 생활을 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주중에 직장에서 격무에 시달리고 집에 와서 가사 일을 하려면 여간 힘든게 아닙니다. 저 같은 직장여성에겐 주말이 쉴 수 있는 황금 같은 시간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전혀 가족 모임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한 달에 두세 번만 참석했으면 합니다.'하고 말해보세요. 그렇게 한다면, 시어머니도 며느리의 입장을 한번쯤 다시 생각해볼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이고, 시누이와 동서들은 같은 나이 또래니까 그 말에 인정하게 될 것입니다.
만약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이 못마땅해하는 것 같이 보인다면 그러한 모습들에 너무 개의치 마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미 **님께서는 속마음을 그대로 표현하고, 가족 모임에 자주 참석하기 어려운 이유를 얘기했기 때문에 이해를 구하는 것뿐이지요. 속마음을 얘기하지 못하고, 불만스러워하며 가족들과 불편한 관계를 가지는 것보다는 솔직하게 본인의 사정을 말씀드리고, 미안하지만 가족들의 배려를 구하는 것이 더 지혜로운 처사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다른 일에는 합리적인 남편도 **님이 시댁 식구에 대해 불평하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그건 당연한 일인 것 같습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지 않습니까. 남편에게 시댁 식구들에 대한 불평을 하는 것은 일시적으로 본인의 스트레스는 해소될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못되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남편과의 관계가 악화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님과 시어머니와의 갈등을 남편이 해결해 줄 수도 없는 일이므로 사소한 것까지 다 고할 필요가 없는 것 같습니다.
남편은 오히려 그런 잦은 가족 모임을 즐기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므로 남편에게 불만스럽게 툭 내뱉듯이 얘기하기보다는 남편에게 **님의 상황과 심정을 차분하게 표현해보세요. "여보, 당신도 직장생활을 해서 알겠지만, 주중에 쉴 수가 없으니까 저는 주말에는 가끔 집에서 쉬고 싶어요. 당신이 제가 쉬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것을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저도 시댁모임이 즐거울 때가 있지만, 어떨 때는 즐거운 마음보다 쉬고 싶은 마음이 더 커서 짜증이 날 때도 있어요. 앞으로는 당신이 제가 모임에 가고 싶지 않아 하는 날이 있으면 저를 이해해주세요."라고 말해보세요. 합리적인 남편이니까 그 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시어머니께서 "둘째는 안 낳냐? 벌면 얼마나 더 벌겠다고 늦기 전에 하나 더 낳아라."하는 말을 하실 때 많이 화가 났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본인이 직장에 다녀야만 하는 이유를 시어머니에게 충분히 설명한 적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단지 돈 때문에 다니는 직장이 아니라는 것을 충분히 설명하십시오.
그리고 둘째 아이를 가질 계획이 없으시다면, 갈 때마다 둘째를 채근하는 말을 듣고 스트레스 받지 말고 본인의 가족계획에 대해서 말씀하세요. 그리고 시누이들이나 동서들이 하는 말들에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들이 말한 것보다 **님이 더 민감하게 받아들여서 그들의 말을 과대해석 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집안 일과 남편, 자녀교육에 소홀하고 있어서 자격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하셨는데 내가 혹시 슈퍼우먼이 되고자 하는 건 아닌지 생각해보세요. 직장에서 돌아와서 새벽까지 청소하고 빨래를 해야 마음이 편해지는 주부라면, 그 주부는 당연히 스트레스를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맞벌이 주부들은 보통 전업주부들과는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같은 기준에서 생각하고, 같은 분량의 일을 하려고 애를 쓴다면 힘들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우선 집안 일에 대한 기준을 바꾸십시오. 전체적인 사고를 '사는데 큰 불편이 없을 만큼'만 가사노동을 한다는 것으로 변화시키려고 노력해보세요. 여력이 남는다면 집안 일을 더 할 수도 있지만, 어차피 '프로'가 되려고 작정하고 나선 전업 주부가 아니라면, 맞벌이 주부도 순전히 자신만을 위해서 쓸 수 있는 여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가사노동에 대한 기준이 정해지면 집안의 모든 사람들을 가사노동에 참여하도록 유도하십시오.
남편은 물론 아이들까지도.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서 끊임없이 가족들의 이해를 구하고 끌어들여 보세요. 가사노동의 기계적인 분담은 여간해서는 지켜지기 힘듭니다. 될 수 있으면 일을 몰아서 온 가족이 함께 하는 것이 좋습니다. 주부가 꼭 해야하는 집안 일들이 여러 가지 쌓여 있을 때 스트레스를 줄이면서 일을 하려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부터 순서를 정해서 해야 합니다. 가사노동은 아무리 해도 끝이 없는 일이기 때문에 '1시간 안으로', '오늘은 이것만은 끝내야지...' 하면 지쳐버리게 마련입니다. '오늘 못하면 내일 좀더 하지' 하는 느긋한 마음으로 집안 일을 바라보도록 하세요. 한결 마음도 편해지고 부담도 없어져서 오히려 즐겁게 일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모든 문제와 갈등은 대화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속으로만 끙끙 앓지 마시고 남편과 시어머니에게 본인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씀해보세요. 생각보다 쉽게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겁니다.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