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안녕하세요? 저는 5학년생 딸을 둔 엄마입니다. 너무나 소심한 딸 아이에 대해 혼자 고민만 하다가 오늘에야 상담 편지를 보냅니다. 어제도 아이는 어깨가 축 쳐져서 집으로 왔어요. 학원에서 앞에 나가 문제를 푸는데 실수를 해서 선생님께 야단을 맞았다고 하더군요. 선생님이 ‘너! 지난 시간에 뭐 했어? 왜 그것도 못 풀어!’라며 친구들 앞에서 창피를 주었다는 겁니다. 딸 아이는 선생님의 말씀을 되씹으면서 자신은 멍청하고 아무런 쓸모없는 존재라고 울먹이더군요. 집에서도 아빠가 소리라도 높일라치면 며칠 동안 기가 죽어서 말 한 마디 못 하는 모습이 너무 불쌍해 보여요. 아이가 좀 대범해지고 어디를 가나 당당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제가 도와 줄 일이 없을까요? ------------------------------------------------------------------------------------------------------------------------------------------------------------------------------------------------------------------------------------ 답변) 주위 사람들이 무심코 던진 작은 말 한 마디가 따님의 여린 가슴에는 아주 큰 상처를 남기는군요. ‘이렇게 마음이 여려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하고 걱정하는 어머님의 마음이 잘 이해되었습니다.
“뭐 그렇게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고 그러니. 툭툭 털고 일어설 줄을 알아야 이 험한 세상을 살지!” 이렇게 잔소리를 해서 바뀔 수 있는 성격이라면 참 쉬운 일일 겁니다. 하지만, 이렇게 한번 생각해 보세요. 사람들은 태어나면서 각각 다른 색깔과 모양과 형태를 가진 옷을 입고 태어납니다. 어떤 사람은 유난히 두꺼운 옷을 입고 있어서, 어떤 비난이나 공격을 받더라도 쉽게 받아 넘기지요. 하지만 따님과 같은 사람들은 유난히 얇고 비치는 옷을 입고 있어서 가벼운 공격에도 큰 상처를 입게 됩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어떤 말을 듣더라도 그냥 무시해라!’라는 말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답니다. 자꾸만 생기는 상처는 점점 깊어질 뿐이니까요.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도 정말 중요한 일이지만, 그보다 먼저 이루어져야 할 일은 따님이 스스로를 감쌀 수 있는 튼튼하고 두툼한 옷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 주는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튼튼한 옷이란 자기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아껴 줄 수 있는 마음이지요. 누군가에게 껄끄러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저런 소리를 듣다니, 나는 정말 형편 없는 존재야.’라는 생각이 아니라, ‘저 사람이 이야기해 준 부분은 내가 잘못한 거지만, 나는 소중하고 가치 있는 존재야. 조금만 더 노력한다면 더욱 나아질 수 있을 거야.’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이끌어 줄 필요가 있다는 말입니다. 즉, 학원 선생님이 야단을 친 것을 ‘수학 문제도 못 푸는 바보.’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지난번에 배웠던 내용을 익히지 못한 행동.’에 대한 꾸지람이라고 생각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따님이 스스로에 대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성공 경험을 많이 하게 도와 주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가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꾸준히 따뜻한 격려를 보내 주세요. 조그만 일에서부터 구체적으로 칭찬을 해 주시고, 실수를 할 때에는 따님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을 한 후에 객관적인 사실을 지적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처음부터 많은 것을 기대하지 마시고 아이의 작은 변화에도 칭찬과 격려를 해 주신다면, 조금씩 좋은 결과가 늘어 갈 거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