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저는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을 둔 OO 엄마입니다. 선생님, 우리 아들 녀석은 집에서 통 말을 안 한답니다. 저학년 때는 그냥 마음껏 놀도록 내버려 두었었지만, 4학년부터는 좀 정신을 차려야 할 것 같아서 '공부 열심히 하라.'는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거든요. 그 때부터 조금씩 말수가 적어지더니, 요즘은 집에 오면 거의 입을 떼질 않습니다. 게다가 조금만 야단을 쳐도 기가 죽거나 주눅이 든 표정으로 방문을 닫고 들어가 버리기 일쑤지요. 도대체 자기 방에서 혼자 뭘 하는지 모르겠어요. 제가 어떻게 해야 하나요? --------------------------------------------------------------------------------------------------------------------------------------------------------------------------------------------------------------------------------------------------------------------------------- 답변) 사춘기란 무조건 부모에게 반항하는 시기라기보다는, 자기만의 생각과 의견이 생기고, 자기만의 공간을 바라는 독립성의 시기로 보는 것이 좋습니다. 또, 사춘기는 아직 자기 생각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주장하는 연습이 덜 되어 있고, 부모보다는 친구에게 마음을 털어 놓고 싶어하는 자연스러운 발달 단계입니다.
OO의 이런 변화를 이해하신다면, 이제부터 OO와의 대화 형태를 조금 달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들이 부모님에게 다가와서 편안하게 이야기를 하려면, 자기가 속마음을 드러내어 말해도 부모가 비판하거나 야단치지 않고 기를 꺾지 않은 채 끝까지 들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합니다. 용기를 내어 진심을 말해 봤자 잔소리만 들을 게 뻔하다고 생각된다면 더 이상의 대화는 불가능하겠지요.
아이들의 얘기를 들을 때는 우선 잘잘못을 따지지 않아야 합니다. 그리고 아이의 말을 막지 말고 끝까지 들어 주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아이가 모처럼 용기를 내어 말을 꺼내기 시작할 때, 바로 야단을 치거나 비판하면 아이는 바로 입을 다물게 될 겁니다.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어 주어야만, 그 때 비로소 아이는 부모의 이야기를 들을 여유가 생기게 된답니다.
부모님들은 아이를 빨리 어려움에서 구해 주기 위해 급한 마음으로 야단부터 치거나, 해결책을 제시하려 하시지만 아이들은 무엇보다도 자신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고, 마음을 이해해 주길 더 원하고 있습니다. 훌륭한 부모가 되는 길은 아이의 모든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두 발로 씩씩하게 설 수 있도록 도와 주는 일일 것입니다.
“얘기하고 싶지 않아요.”라고 하는 아이의 말은, “사실은 누구에게라도 얘기하고 싶어요. 하지만 부모님은 잘 들어 주시지 않으니 말해 보아야 무슨 소용이 있어요?”라는 뜻으로 해석하면 됩니다.
“너는 집에만 오면 왜 말을 안 하니?”라고 다그쳐 봐야 아이는 점점 구석으로만 숨게 될 뿐입니다. 다그치기보다는 아이가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뜻을 나타내려고 하는지 관심을 가지고 주의 깊게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가 마음 편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때, 아이의 입은 다시 열리게 될 거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