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저는 초등학교 6학년에 다니는 아이를 두고 있습니다. 얼마 전 담임선생님께서 학교로 오라기에 가보았더니 우리 아이가 같은 반 친구들과 함께 한 아이를 괴롭히고 때렸다고 합니다. 저는 평소 우리 아이가 얌전하고 조용한 성격이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의 일을 당하고 보니 당혹스럽고 창피하기까지 합니다. 풀이 죽어 집에 돌아온 아이에게 어떤 얘기부터 해줘야 할지 답답하기도 해서 이렇게 펜을 들게 되었습니다. ------------------------------------------------------------------------------------------------------------------------------------------------------------------------------------------------------------------------------------------------------------ 답변) 아이가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 부모님께서 당황하고 불안해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더욱이 평소에 보아오던 자녀의 모습과 다른 행동을 접하게 되는 경우에는 더욱 실망스럽고 혼란스럽겠지요. 아이와 함께 상담실을 찾는 대부분 부모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 가운데 하나가 ‘평소에 내가 믿고 있었던 아이는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이는 크게 두 가지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고 봅니다. 하나는 아이들의 생각이나 경험과는 무관하게 부모가 아이에게 일방적으로 기대하고 그 기대처럼 아이의 이상적인 모습만 추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요즘 아이들은 학교나 학원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따라서 부모가 알고 있는 아이의 모습은 불과 몇 시간 동안으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부모들은 아이가 학교나 학원에서 보내는 시간이나 경험은 고려하지 않고 짧은 시간동안의 모습을 보고 아이의 전부를 판단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여기서 아이에 대한 판단 오류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또 한가지는 아이의 생각이나 경험이 소중히 다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아이는 부모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지만 부모를 실망시키기 싫어 부모에게 다른 모습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학교생활에서 교사와의 관계, 학교 친구들과의 관계, 그리고 그 속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경험들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인간이 나타내는 행동에는 그것이 바람직한 것이든 바람직하지 못한 것이든 간에 반드시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녀가 왜 부모의 기대와 다른지에 대한 이유를 제대로 알아야만 우리는 아이들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으며 아이로 하여금 부모의 생각을 수용하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즉 우리 아이가 어떤 행동과 경험을 하고 있으며 왜 그와 같은 모습을 보이는 지에 관해 민감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부모가 일방적으로 기대할 것이 아니라 평상시 아이들의 입장과 경험에 귀를 기울이는 방식으로 대화하는 습관을 만들어야 합니다. 아이들이 어리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요구하고 일방적으로 지도하는 태도는 아이들에게 대화의 문을 닫게 해 부모와 자녀가 서로 다른 세계를 살게 됩니다. 따라서 아이들이 미숙하지만 한사람의 인격체로서 생각하고 경험하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부모가 먼저 인정하고 수용할 때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부모들과 나누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