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저는 몇 년 전 남편의 일방적인 요구로 이혼한 후 고등학교 2학년인 딸과 중학교 3학년인 아들을 데리고 살고 있습니다. 제가 집안 경제를 책임져야 하는 형편이라 현재까지 병원 간호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 야간시간에 환자들을 돌보아야 하기 때문에 병원에서 밤을 보내고 아침에 퇴근을 하기도 해요. 사실 남편과의 이혼으로 인한 마음의 상처를 돌볼 겨를도 없이 생업에 종사하다 보니 제 자신이 지쳐가고 있는 느낌입니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저의 마음을 알아주기는커녕 오히려 외박을 하거나 나쁜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면서 말썽을 피우기 일쑤입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과 자주 부딪히게 되고 그럴수록 아이들은 더욱더 어긋나는 것 같아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 답변) 우선 어머니께서 이혼이라는 충격적인 경험으로 마음이 무척 아프시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이혼 이후에 가정경제를 책임지기 위해 불철주야 뛰는 어머니의 모습 속에서 삶의 각박함까지 느껴집니다.
이혼이라는 경험은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하나는 이혼 당사자들과 관련된 것이고 또 하나는 부모의 이혼을 지켜봐야 하는 자녀들과 관련된 것입니다. 이혼은 부부간에 발생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때 선택하는 최후의 방법입니다. 하지만 이혼으로 인한 상처는 말할 것도 없고, 이혼 이후 생활에 대한 준비와 마음가짐이 미처 갖추어져 있지 않은 경우 부부간의 갈등이외에 또 다른 위기를 맞기도 합니다. 특히 어머니의 경우에는 기존 어머니로서의 역할 외에 아이들에게 아버지로서의 역할까지 담당해야 하는 또 다른 부담이 현실로 다가오게 됩니다. 아버지의 몫까지 해내야 하는 현실에 어느 정도 적응하기 전까지는 기존과 다른 생활방식으로 인해 마음의 여유를 갖기 어려워 혼란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그만큼 삶 자체가 불편하고 힘들어지게 되겠지요. 어머니께 가장 큰 울타리이자 버팀목은 자녀들일 것입니다. 따라서 아이들이 심적·경제적으로 어려운 어머니의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기대에 벗어나는 행동을 나타내는 것에 대한 실망감과 좌절감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과연 아이들이 부모의 이혼으로 인해 어떤 경험과 느낌을 갖게 되고 그로 인한 상처가 얼마만큼 클 것인가에 대해 어머니가 제대로 이해하고 수용하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청소년기는 삶에 있어서 어느 시기보다 예민하고 불안정한 시기입니다. 부모의 이혼은 청소년기의 특징인 불안정성을 더욱 부추기게 되고 그로 인한 자녀들의 방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런 특성에 비추어볼 때 부모가 이혼한 가정의 자녀들은 자신들이 처한 현실에 대한 이해와 지지를 필요로 합니다. 어머니나 아이들 모두 이혼으로 인한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머니가 많이 힘들겠지만 아이들이 부모의 이혼으로 입었을 상처와 고통을 먼저 헤아려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아이들은 어머니가 자신의 입장을 수용한다는 생각이 들 때, 안정을 회복하고 현실을 직시하며 어머니의 상황을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