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선생님, 저는 나름대로 공부도 괜찮게 하고, 친구도 많은 편이며, 성격도 명랑한 6학년 소녀랍니다. 그런데, 사실 전 남들에게는 말하지 못하는 창피한 비밀이 하나 있어요. 저희 엄마ㆍ아빠는 식당을 운영하시거든요. 또 언니들도 고등학생이라 바쁘고 해서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요. 몇 달 전인가, 집에서 TV를 보는데 장롱 위에 엄마 핸드백이 보이는 거예요. 정말 처음엔 호기심에 구경하려고 열어 봤는데, 생각보다 많은 돈이 들어 있는 것이 아니겠어요? 순간적으로 제가 좀 가져가도 모르실 것 같아서 돈을 꺼내 갔는데 정말 모르시는 거예요! 한턱을 많이 내는 저에게, 친구들도 점점 더 관심을 가져 주는 것이 좋아서 자꾸 지갑에 손을 대게 되었어요. 이건 너무 나쁜 짓이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하루하루 지날수록 점점 불안해지기만 해요. 어떡하면 좋을까요?
답변) 우리 불안님이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마음 속의 비밀을 털어놓아 주었군요. 먼저 선생님은 불안님에게 아주아주 커다란 칭찬의 꽃다발을 안겨 주고 싶답니다. 아무리 힘든 어려움이라고 해도 이렇게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분명 그 고민을 해결할 수 있을 테니까요. 자, 기운을 내고 선생님과 머리를 맞대 봅시다. 내 지갑에 돈이 두둑하게 들어 있어서 사고 싶은 것을 무엇이든지 살 수 있고, 친구들에게도 크게 한턱 낼 수 있다면 참 기분이 근사할 거예요. 하지만 깨끗한 방법으로 얻은 돈이 아니라면 문제가 생기게 된답니다. 보다 더 쉽게, 보다 더 많이 돈을 갖고 싶어지는 마음이 많아지게 되니까요. 그러다 보면, 불안님처럼 건강하게 자라야 할 몸과 마음에 점점 더 나쁜 영향을 끼치게 되지요. 물론 아낌없이 선물을 주고, 먹을 것을 사주면서 친구들에게 잠시 관심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 관심은 불안님 자체에 대한 관심이라기보다는 돈에 대한 관심일 가능성이 많답니다. 돈이 사라지면 없어지게 될 얄팍한 관심에 기대어 우리 불안님이 지금과 같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것이 선생님은 정말 안타깝게 여겨집니다.
갖고 싶은 예쁜 물건들이 가득한 가게 앞을 지나간다고 생각해 보세요. 불안님은 주인 아저씨가 없다고 해서 반짝이는 목걸이 하나를 냉큼 집어 오는 일은 절대 하지 않을 거예요. 즉, 불안님은 스스로의 마음을 조절하고 이끌어 갈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이랍니다.
이제부터는 집 안에서도 내 마음을 누르는 연습을 해 봅시다. 엄마의 지갑이 있는 근처는 되도록 가지 말고, 혹시 보인다면 얼른 그 자리를 피하세요. 지갑이 자꾸 눈 앞에 어른거려서 힘들다면, 장롱 안에 치워 놓고 엄마에게 말씀드릴 수도 있을 거예요. "엄마, 핸드백이 자꾸 돌아다녀서 장롱 안에 넣어 뒀어요."라고 말이에요. 100 원짜리 동전이나 1000 원짜리 지폐로는 감히 살 수도 없는 멋진 어떤 것들이 우리 불안님의 마음 속에는 가득가득 숨어 있다는 것을 선생님은 믿어요. 친구들에게 그 예쁘고 매력적인 것들을 더 많이 보여 줄 수 있도록 우리 함께 노력해 봐요. 알았죠?
(출처 - CYBER 1388 청소년사이버상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