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안녕하세요, 선생님. 저는 초등학교 5학년에 다니는 OO라고 합니다. 요즘 저한테 제일 큰 스트레스는 할머니 잔소리에요. 저는 돌아다니기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공부를 안 하는 애도 아니에요. 그런데 할머니는 매일 저만 보시면 '옷이 그게 뭐냐, 신발이 왜 그러냐, 공부 안 하고 그렇게 텔레비전만 보면 나중에 참 잘 살겠다' 등 잔소리를 하세요. 할머니한테 대들면 안 된다는 생각에 꾹꾹 참다가도 도저히 못 참을 때 조금 대꾸를 하면, 어린 것이 할머니한테 대든다고 또 잔소리를 하세요. 다른 집 할머니처럼 간식도 챙겨 주고 자상하게 대해 주고 가끔 용돈도 주시는 그런 할머니였으면 좋겠는데, 우리 할머니는 왜 그러시는지 정말 모르겠어요. ------------------------------------------------------------------------------------------------------------------------------------------------------------------------------------------------------------------------------------------------------------ 답변) '그냥 가만히 내버려 두면 내가 알아서 할 텐데, 왜 저렇게 나를 못 믿어 주실까?' 나름대로 신경을 쓰며 살고 있는데 이것저것 지적하는 할머니의 말씀이, OO님에게는 '지겹고 짜증나는 잔소리'로만 여겨지는군요. 아무리 좋은 이야기라도 한두 번 들으면 지겨운데, 듣기 싫은 이야기를 매일 들어야 하니 할머니를 대하기가 정말 많이 힘들 것 같습니다. 자, 하지만 할머니가 OO님에게 아주 중요하고도 소중한 존재인 것은 사실이지요. 그러나 이렇게 계속해서 할머니에게 불편한 마음을 갖고 생활하기는 영 껄끄럽겠죠. 그렇다면, 우리 할머니의 입장을 조금만 생각해 봅시다. 할머니들에게 손주란 하염없이 어리게만 보이는데다가, 뭐든지 챙겨 주고 보살펴 주고 싶은 존재로 느껴진답니다. 그래서 얼굴을 볼 때마다 세세한 곳을 살피시고 잘못됐다고 생각되는 점을 고쳐 주고 싶어하시는 것이지요. 귀가 따가운 잔소리이긴 하지만, 나를 미워하시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나를 정말 사랑하고 아끼시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기억해 주세요. 또, 할머니가 살아오셨던 때와 OO님이 지금 살고 있는 시기 사이에는 많은 시간들이 흘렀잖아요. 그러다 보니, 할머니께서는 요즘의 학생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고, 어떤 것을 좋아하며, 어떤 것들에 관심이 있는지 잘 모르시는 경우가 많답니다. 그래서 OO님의 모습이나 행동이 할머니의 기준에 안 맞으면 걱정이 돼 말을 꺼내시게 되는 것이지요. '왜 할머니는 나를 그렇게 못마땅하게만 여기는 거야!'라고 앉아서 툴툴대거나 말대꾸를 하기보다는, 할머니에게 OO님의 진짜 모습을 좀 보여 드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할머니에게 요즘 학교에서는 어떻게 지내는지, OO님은 무얼 좋아하는지, 어떤 것이 왜 유행인지 등의 이야기를 조금씩 들려 드리는 거예요. 하루 아침에 모든 것을 이해하시기는 힘들겠지만, 적어도 OO님이 나쁘거나 잘못된 것이 아니라, 보통의 평범한 학생으로 잘 자라고 있다는 것은 충분히 받아 들이실 수 있을 거라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