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전 사실 친구가 없어요. 왜냐하면 같은 또래 애들은 너무 시시하게 느껴지거든요. 한마디로 유치한 것 같아요. 제가 그렇게 생각해서 그런지 몰라도, 전 친구들 사이에는 별로 인기가 없어요. 뭐 사실, 관심도 별로 없지만요. 전 선배언니랑은 친해요. 언니들은 저보다 아는 것도 많고, 저를 이뻐해주죠. 언니들하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하고 배울점이 많아요. 언니들이 그랬는데요, 저보고 조숙하다고 그랬어요. 그래서 서로 통한다고. 근데 엄마는 자꾸 잔소리세요. 또래 친구랑 놀아야 한다고. 정말 그런가요?
답변) 힘들때면 가서 매달릴수도 있고, 속상한 마음을 주절주절 넋두리를 해대도 따뜻하게 받아주는 선배는 생각만 해도 참 믿음직하고 든든한 존재죠. 내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데 있어서 가장 가까운 도움을 얻을수 있는 역할 모델이기도 합니다. 나보다 몇 발자국 앞에서 내 손을 잡아 끌어줄수 있는 사람이니 말입니다. 게다가, 선배 옆에 있으면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느낄수 있는 경쟁심도 없고, 자존심 상할 일도 별로 없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귀엽게 잘 따르기만 하면 선배들은 마음넓게 베풀어 주고, 실수를 해도 귀엽게 보아주니까요.
하지만 기억해야 할 것은, 음식을 씹기가 귀찮다고 해서 매일매일 죽만 먹게되면 이빨도 씹는 기능을 잊어버리게 되고, 위장도 열심히 운동해서 소화를 시키는 기능을 점점 잃게 된다는 점입니다. 또래들보다 정신적 발달이 빠른 친구들은 간혹 주위에 있는 녀석들이 영 마음에 차지 않고 유치찬란해 보일수 있지만, 그들은 나름대로 나에게 줄 수 있는 무궁무진한 자원을 갖고 있는 존재들인 것도 사실입니다.
상담실에서 또래 친구들과의 관계 맺기가 어렵다고 호소하는 친구들을 보면, 이상하게도 선배들이나 선생님, 어른들과의 사이는 매우 좋은 경우가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는, 내가 받기만 하면 되고 가서 귀여움만 떨면 되지만 나와 비슷한 나이의 친구들과 같이 있을 때에는, 물론 받을수도 있지만, 반드시 나도 마음을 열고 주는 행동을 해야 합니다. 또, 서로서로 바라는 수준도 비슷하고 능력도 비슷한 만큼 경쟁심도 많고 갈등도 많고 부딪힐 일도 많은 것이 너무나 당연한 것이죠.
하지만,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사람들간의 삐걱거림을 두려워해서 관계맺기 자체를 피해버린다면, 이솝우화에 나오는 여우의 꼴밖에 되지 않습니다. 저 포도는 너무 시어서 먹지 못할거야. 내가 포도를 따려고 노력을 안하는게 아니라, 포도가 맛이 없어서 안 먹는 거라니까.” 매일매일 저절로 머리위에서 먹이가 떨어지고, 자동적으로 깨끗한 물이 공급되는 어항 속에서 살랑살랑 헤엄치는 금붕어도 얕은 행복을 가질수는 있지만, 스스로 먹이를 구해야 하고, 때로는 비바람과, 때로는 경쟁자와 싸워야 하는 바닷속 작은 물고기는 더욱 더 튼튼하고 깊이있는 자아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요? 지금 자신의 모습을 한번 돌아봐요. 내 자신이 씩씩하게 무럭무럭 클 수 있는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는지 말입니다.
(출처 - CYBER 1388 청소년사이버상담센터)